서낙동강 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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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낙동강 밴치 / 김재철
나는 누군가 먼저 오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나 다가오는 무게와 온도, 흐름의 용량을 읽어내는
서낙동강의 휴식, 밴치.
밴치는 말이 없다. 고향도, 나이도, 학력도 고민도 묻지 않는다.
스쳐간 숨소리와 눌렸다 일어서는 하중만이 강과 함께 하나의 언어로 저장된다.
밴치는 누구에게나 쉼을 내어주고, 별빛은 그 공정을 칭찬한다.
서낙동강의 물 또한 골짜기에서 바다에 이르기까지
아부도 매수도 없이 흘렀으리라.
일몰은 강 표면을 지직이며 태운다.
수많은 인연의 그림자, 태양의 서랍 속에 간직된다.
흰머리 할머니, 절뚝이며 개와 함께 앉는다. 그 무게가 고독을 발설한다.
꽃뱀은 제방을 넘고 살갈퀴 덩굴 속 개구리의 운명은
끝내 아무도 모른다. 당신이 다시 올 때마다
밴치의 접지부가 떨린다. 그 떨림은 강을 더욱 슬프게 한다.
나는 기억한다.
두 발목 힘이 꺾여 털썩 주저앉아 한동안 멍하니 앉았다가
벌떡 일어나 가져온 흰가루를 강에 날리던 그날,
밴치에 머물던 시간은 모두 기록이었다.
저쪽과 이쪽의 은행나무는
애틋한 사랑을 주고받으며 구슬 같은 열매를 맺는다.
쇠제비 갈매기와 쇠물닭, 가마우지가 비상의 소식을 전한다.
밴치는 그것을 수신하여 주인에게만 들리는 언어로 번역한다.
나는 바다를 만나러 가는
조그만 물방울들에게 뚝방길 걸으며 백 번도 넘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순아수문 쪽으로 내달리며 바다 같은 사랑에 목이 메었음을
마지막 기로에서 말하지 못했음을 뒤늦게 알았다.
밴치 위에서
강과 바다가 품은 더 큰 사랑을 본다.
댓글목록
정민기09님의 댓글
"벤치 위에서
강과 바다가 품은 더 큰 사랑을" 바라봅니다.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네 가덕도가 바라보이는 곳에서 노적봉으로 이어지며 순아수문에서 바다는 강을 만나는
그곳 멍때리고 비리보다가 뭔가 적지않고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사랑 사랑은
지속성을 이야기 한듯 합니다. 바다를 만나며 뒤따라오는 낙동강에 마르지 말라 눈길 주며... 정민기09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강과 벤치를 소재로 심연서 깊은 사유를 길어 올리셨습니다.
벤치의 설레임과 강물의 포용력, 생과 사의 흐름이 역사의 흐름처럼 대비와 조화를 이룹니다.
자연과 사물을 통하여 반성과 소망도 조망합니다.
시인님이 바라보는 직관적 통찰력, 시의 전개에서 종결까지 완성도, 놀랍습니다.
이 시는 제가 훔치고 싶은 시입니다.
좋은 시 많이 올려 주시고 늘 건필하십시오. onexer 시인님.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과찬이십니다. 제가 바람쐬러 자주가는 곳인데 그곳에서 그동안 수줍게 보이던 밴치가
저를 인도했습니다. 아주 긴 시간을 앉아있다 돌아올 때 손에 쥐어진 펜은
저의 성찰 사랑부족~! 수퍼스톰 시인님~!
탱크님의 댓글
시인님 다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오늘 시 참 좋네요 밴치에 앉아 더 큰 사랑을 누려봅니다.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서낙동강은 유명한 동낙동강에 묻혀 부산 사람들도 잘 모르는 곳입니다.
이곳 천혜의 뚝방길을 걸으며 김해평야의 시원함과 낙동강의 새들의 날개짓을
보며 포커(7777) 삽살견을 데리고 걷는 행운아입니다.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써 본 글입니다. 텡크 시인님~!
미소님의 댓글
"가져온 흰 가루를 강에 날리던 날..."
"벤치는 누구에게나 쉼을 내어주고..."
그런 날에 시인님이 가졌던 벤치에 대한 감정 잘 읽고 갑니다
좋은 날 되십시오
onexer님의 댓글의 댓글
우리 아름다운 미소 시인님 다녀가시면 제게 그날 좋은 일이 복 터질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시인님이 아프다 아프다 하면 옆구리부터 목 복부가 경화되고
역류성 식도염 증세 바로 찾아와 산에 가서 캐온 삽주(창출,백출) 다려서
차라도 마셔야 어둠 뚫고 벗어남.
미소님 사랑과 저의 사랑은 같은 듯 다른 것
지치고 힘들 때 걍 도와주는 것 그런 것 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