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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79회 작성일 25-09-27 08:24

본문

 

  길




  저기

  외로움이 걸어가는군요.



  한 조각 햇빛만으로도

  춤추던 길 위의 종려나무는

  이제

  파피루스 책에서만 웃고 있는

  옛날이 되었습니다.



  고약 같은 외로움은

  오래 걸어

  올리브 열매 닮은 그리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들메끈은

  아직도 시퍼렇게 살아 있습니다.



  시(詩)가 다가왔다가

  멀어졌다가를 반복하는

  재미없는 나날도 있었더랬습니다.



  그 사이

  둥지를 떠나는 이파리들이

  우수수 생겨났구요.

  남은

  잎사귀와 열매들은

  하릴없이 눈물을 훔쳤습니다.



  함께 눈물을 흘리시던 

  하늘은 금세 표정을 감추어버렸고

  구름은,

  자꾸 실없는 농담을 던졌습니다.



  까맣게 맺힌 마음은

  터져야 할 지점을 기다립니다.



  어디쯤에서 터져야

  울음을 실컷 울 수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웃음과 울음은

  서로의 등에 기댄 채

  길을 걷고 있었던 겁니다.



  길 위에서

  믿음은 사랑을 부릅니다. 그러나

  믿음은 외로운 것,

  겨울의 물푸레나무가 그렇고,

  산등성이 묘소 곁에 선 미루나무가 그러하듯.



  저기

  파피루스 책으로부터 마중나온

  바람과 함께

  믿음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걸음이 다할 즈음

  계절은 시나브로 바뀔 테고

  일생,

  견딤으로 끌어온 길의 끝에 서서



  아스라이 살아남은 모든 외로움들은

  밤이 맟도록 다독일 겁니다.



  저기, 끝 간 데 없는 그리움을.



  


  

댓글목록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순해지고싶어 시를 씁니다.
그 외의 목적은 다 불순한 거라 여기며.
순하고 평온한 나날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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