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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스쳐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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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onexer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775회 작성일 25-10-09 02:01

본문

바람으로 스쳐갔다면   / 김 재 철

 

한산도 문어포, 여름의 반년

학교 없는 마을의 아이들은

제승당 숲길에 춘란 향기를 남기며

웃음으로 나무터널을 지나갔다

 

나는 방파제 바위에 앉아

제사의 흔적 위에 남은 양초 하나에

무심히 불을 붙였다

굵은 심지는 집요하게 타올라

내 마음을 비추었다

 

그때 두 다리 사이에

검은 갈색의 큰 갯강구가

노려보듯 버티고 있었다

나는 혐오를 참지 못해

뜨거운 양초를 등에 쏟아버렸다

순간, 둥근 등이 역C로 반전되며

백여 마리의 새끼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얀 초가 굳어가는 와중에도

어미는 끝내 속삭이는 듯했다

너희만은 살아남아라

 

나는 그날 이후 단편소설 한 글자도 쓰지 못했으나

바다는 이미 내게 한 편의 이야기를 새겨주었다

죽음과 탄생이 동시에 일어나는 자리,

촛불과 갯강구, 바다와 나

지금도 꿈속에서

그 검은 등을 본다

불길을 등에 이고 자식을 흩뿌리던 마지막 몸짓

 

펄 벅은 말한다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

미움은 미움으로 번져간다

나는 그것을 갯강구에게서 배웠다

죽음의 떨림 속에서도 끝내 자식을 내보내던

모성의 집요함에서 배웠다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지 않는 것

그것이 인생의 가장 깊은 덕목임을





1992년 여름 한산도 문어포 누나집에 6개월 머문적이 있었다. 제가 머문 집은 우측인데 안 나왔고 저 앞

언덕 위 집은 자형의 형님댁이었다. 당시 키 큰 종려나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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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선 담배에 나온 거북등대이다. 문어포는 왜놈들이 쳐들어와 학날개 진에서 혼줄이나서 도망갈 출구를 몰라 

이 곳 마을 에 와 물을 (문) 말씀 (어) 해서 문어포 마을이라 전해졌다 한다. 이 쪽은 마을 뒤에 위치하는데 고동과 바지락이 제법 나오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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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강구가 배 안쪽으로 품고있는 새끼들이 바글바글 하였다.9f083cee032e2d0032fde819ce53cc53_1759942687_78.jpg


*.혐오스런 것과 달리 바다 해안가 청소부 일을 하는 유익한 벌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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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그 일은 충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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