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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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녹 / 이선형
사명을 다한 고목
비워내는 옹이 구멍에 바람의 일행이
떠나가기만 한다.
발소리 요란했던
새는 뼈만 남은 가지를 끊고 떠나
안부조차 하지 않는다.
조등을 내건 부식의 요령 소리 들린다.
헌신의 육신을 잠식하는 벌레
이끼 버섯의 조객들이
살찌우는 보시로 베풂과 비움의 차안
나이테 숨결이
육탈로 갈무리하는
살점의 켜켜 녹 속에서도
끊어질 듯 이어온 환귀
영생의 푸른 선묘를 남긴 무수 유구한 몸
여정의 널을 끌어안고
옹기장이가 넣은 가마에는 백 년을 지내 온
무덤 한 그루 녹이 화엄에 이르니
댓글목록
콩트님의 댓글
살갗에 못처럼 박힌 검버섯들
저도 나무였을까요?
화구 속에 이승의 옷을 벗고
발걸음 가볍게 활활 타오르는
마지막 제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목헌님의 댓글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