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와 바퀴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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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와 바퀴벌레
두세 명의 승객으로 썰렁한 버스 안
운전석 밑에서 뭔가가 쪼르르 기어 나온다
사정거리 앞에서 잠시 멈추는 바퀴벌레
나를 관세음보살로 알았을까
하필 왜 내 앞에서 멈추고 간을 보냐
이걸 그냥 콱 밟아 말아
미물인 해충 앞에서 잠시 복잡해지는 심사
아니다 나는 그냥 승객일 뿐
위생은 버스가 책임질 일 아닌가
머뭇거리는 사이 운전석 밑으로 잠적하는 벌레
이 우스깡스런 기억을 아직도 지우지 못한 나
해충인데 밟아야지 뭔 소리를 하느거냐
아니다, 것도 생명인데 승객인 네가 처리할 필요까지야
만약 그대가 나였다면 어떻게 하였을까요?
예전에 나는 독가스를 뿌려 내 헌 집에 사는 바퀴벌레
수백마리를 독살한 전력이 있는데
지금 세월이 나를 어디로 이끄는지 나는 모른다
몸도 마음도 내 것이 아닌 상태로 그냥 떠밀려 가는 수밖에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바퀴벌레는 무임승차 했네요.ㅎㅎ
해충인데도 불과하고 잡지 못하신 걸 보면 시인님 때문에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시에 머물다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안산 시인님.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누가 들으면 웃을까봐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습니다.
해충은 박멸 대상이지만 굳이 버스에서 밟아야 하는지 망설여지더군요 ㅎㅎ
승객이 많았으면 틀림 없이 죽었을 바퀴벌레 언듯 생각이 나서
적어보았습니다. 이장희 시인님 안녕하시지요. 감사합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해로운 벌레와 생명의 고귀함 사이의 갈등 내지는 번민,
시인님의 선한 인품이 묻어 있네요.
편안한 휴일 밤 보내십시오.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글을 쓰면서 자칫 위선으로 오인할까봐 신경이 쓰인 것도 사실이고
생명에 대한 단상이 떠오른 것도 사실입니다. 위생을 위해서는 박멸의 대상인 게 맞지만
그건 인간의 잣대로 본 것도 사실일 겁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되었건 내 손으로 해결 못한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의 시들을 읽으면서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해야 되겠다는 자각을 하고 있습니다.
귀한 걸음 감사합니다. 차가워지는 날씨 건강 유의하시고 건필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