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짓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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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짓는 마음
오래된 화딱지, 뿌리 깊은 미움을 지지고 볶기로 했다
뜨거운 후라이 팬에
쉬어버린 김치와 먹다남은 도라지 나물을 지진다
들깨 기름 두 숫가락 , 청청소금 한 소금,
스팸 몇 조각 듬뿍 넣고 볶는다
가난해도 실패가 없는 절대의 조합
이미 군침이 돈다
마음의 응어리도 일상사의 소박함에
지지고 볶기다 보면
오히려 깊은 맛을 내거늘
들깨를 볶듯이 마음을 들볶았다
갈팡질팡하는 것들이
조금씩 달구어져 구수해진다
주걱과 철판의 다둑거림에
풍미가 터지고
고추가루의 붉은 열정, 간장의 검은 고요와 뒤섞이는
깨소금 마음같은 것
돼지 고기를 삶듯 불안 한점 삶았다
피가 철철 스민 날선 것들이
물오른 증기와 함께 휘발되었다
깜쪽같이 순한 맛만 남았다
생생한 새벽의 마음
폴짝 폴짝 뛰어온다
갓저린 김치 한 포기로 감싸 안을 수 밖에
이제 쌀을 찌듯 하얀 근심걱정을 찐다
무수히 흩어졌던 흰 씨앗들이
무쇠 가마 솥뚜껑 아래 뜨겁게 한몸 되었다
그려, 다시 변신할 운명
떡도 되고 백설기도 되어
마냥 내달리는 아이들의 한끼 먹거리 되고
밑밥이 되어
한 시름 달고 사는 어른들의
시원한 동동주 한 잔도 되어 주시길
장작 불처럼
치성을 다하는 음식 짓는 마음들
댓글목록
김재숙님의 댓글
읽는 내내 미소 지었습니다 들깨처럼 고소한 냄새도 나구요 이렇게 맛있는 한 상을 차려 놓으셨으니 다들 맛보고 가셧나 봅니다 제갸좀 늦게 왔네요 이 시 저는 참 좋습니다 입에 착 감기는게요 늘 가까이서 시인님의 글을 뵙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오후 되십시요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