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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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이 가는 길
석촌 정금용
그리다 말고 떠나
지킨 자리 비웠다 쓰던 붓도 없애버렸다,
덧칠 없는 바탕에
우려낸 잿빛, 일변에 그림뿐 칠한 색조차 허욕이라는
무채 일색에 취한 그림 거사
잰 걸음 서두르는 향한 길 물었을 때 덤덤한 표정 뒤로,
어느 찌푸려 고약에 찌든 날, 먹장 풀어 누리 품은 푸르름을 넘본 탓에
하늘에 노여움을 타, 진땀깨나 쏟은 끝에 말갛게 닦은 만추 지나 가까스로 놓여나
붓 한 자루 품고 떠돌다 멈춰
백련암 비탈 건너 늘어진 고목에 빈 가슴 여겨보았다는 뜬소문 넘어 아스라이
쪽물 밴 화폭 늘여 수묵 한 점 찍다 말고 일어나
나선 길 가리키는 큰키나무 붉혀 배웅하는 채색에 아우성 넘어
푸른 물결 헤어
사위어가는 노을에 등 돌려 비워야 이르는
길 다잡아, 그리다 만 자세 가다듬어
먼 길 뜨는 하얀 나그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구름이 가는 길목마다 이토록 많은 사유를
풀어 놓고 가네요. 좋은 시 감사합니다.
정석촌님의 댓글의 댓글
농익은 가을 빛에 물든 탓이겠지요, 수퍼스톰 문우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