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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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난다는 것
겨울을 난다는 것은 상수리 나무가 잎을 떨어뜨리 듯
마음 한 칸을 비어 놓는 일
빈 곳에 한기가 들어도 잠시 내버려두는 일이다
겨울을 난다는 것은 언제 올지 모를
눈을 기다리는 일
오래된 슬레트 지붕,
타다만 연탄재, 검정 전화기,
쓰레기 하치장, 유기견의 사체 위에
하얗게 눈이 내려주기를,
세상이 잠시라도 순백해지기를 바라는 일이다
겨울을 난다는 것은
창가에 앉아 긴 밤을 세우는 일
가난과 비루함과 허무함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비우지 못하는 까닭을,
검은 빙하가 흐르는 하늘 속 여전히 별빛이 따뜻한 까닭을,
편지지에 긁적거려 보는 일이다
겨울을 난다는 것은
먼동이 트기 전 외투를 챙기는 일
새벽 별들이 모닥불을 쬐고 있을 때
세상을 가득 안은 눈의 속살이 환하게 부스럭거릴 때
느릿느릿 비워둔 마음 한 칸까지 걸어가
우표 없이 문장 한 통을 부쳐보는 일이다
창가로 다시 돌아오는 길
눈과 별들이 통화하는
바람의 말들을 잠시 들어보는 일이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겨울을 건너는 것, 이 또한 가쁜 숨을 참으며
봄이 올 것을 믿는 연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시인님.
cosyyoon님의 댓글의 댓글
존경하는 시인님!
이 겨울에 저희 방을 찾아주셔서
냉방이 따듯해지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향필을 고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