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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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창백한 너의 얼굴
투명한 물의 지느러미가 살랑거리자 너는 태어났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기침 소리
얼어붙은 물결 위, 윤슬이 몸을 뒤척이면
너는 물방울로 변신한 정령
물안개의 어깨에 앉아 공중으로 기지개를 켠다
뿌연 내 망막에 빛의 조리개가 열리고
너는 허락도 없이 내 마음의 여백에 앉아 파문을 일으킨다
너의 목소리는 기억에 없는데
너는 가끔 내 어깨를 툭치며 아는 척을 하곤 하지
길 가다 네 파리한 얼굴과 마주할 때면 나는 창백한 세상을 보곤 해
내장이 비치는 사백어들이 헤엄쳐 다니는 도심의 거리
간밤에 익사한 노숙인이 내 앞을 막고 자꾸만 중얼거려
나는 이 빠진 그의 입속에 갇힌 뱉지 못한 언어
퇴화한 등지느러미처럼 잘려나간 혓바닥이 빈 깡통처럼 굴러다닌다
너도 침묵하고
나도 침묵하고
벙어리가 노래하는 거리에 사이렌 소리가 총알처럼 도로를 횡단한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숨처럼, 안개처럼 번지는 슬픔의 파문
잘 감상하고 갑니다.
날씨는 춥지만 행복하고 건강한 한 주간 열어가십시오.
맛살이님의 댓글
내 느끼는 슬픔이 착각인가 몇 번 다시 읽어도
떠나지 않는 슬픔, 벙어리의 노랫소리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콩트시인님
콩트님의 댓글
두 분 시인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무탈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한밤중에시간은가고나는잠이드네홀로님의 댓글
유동 인구가 많은
봉천 사거리를 마주하고 있자면
출산용 구급차에서 발인용 운구차로
병원에서 시작해 병원에서 마치는
조리원 미역국에서 장례식 육개장으로 끝나는 인생
먼저 가고 나중 갈뿐
노인이든 젊은이든 죽음을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의 실제에 대한 콩트시인님의 기념비 앞에
손을 떨며 꽃을 놓고 묵념하고 돌아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