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나를 부르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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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은 나를 부르는 이름
-수화
나는 침묵 편에 서는 걸 좋아했다
소리가 나기 전
이미 끝나버린 악보를 믿었다
악보 없이 연주되는 손들
공기를 접어 제단 위에 올려두면
기도는 무릎이 아니라
손목에서 시작되었다
두 손으로 사랑의 질량을
가슴 높이의 허공에 문지르는 사람들이 있어
날짜변경선은 아직
그들의 손금 사이에 걸려 있다
침묵의 연주는 세레나데가 되어
내 몸을 지나가고
열어본 장기마다 별꽃이 피었다
별들은 발음되지 못한 음절처럼
심장 근처에서만 반짝였다
세상의 소리를 보관해야 하는 이들
외진 가슴속 괄호를 열고
꽃이 피어오르는 손바닥의 문법을 읽기 위해
눈동자를 한 철씩 모았다
따뜻한 심장을 건너야만
소리 없는 손의 연주가
환청으로 말을 건넨다는 것
그녀로 인해
내 귓속에는 계절이 먼저 도착한다
봄은 늘 청각보다 빨랐다
말들은 늘 홍수처럼 늦게 온다
연주 뒤에 남은 언어의 잔열이
유적처럼 밤을 견디고
발굴되지 않은 문장들이 숨을 쉰다
나는 눈에 담아온
그녀의 날개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현실의 문을 잠시 닫아두었다
그날 이후
침묵은
나를 부르는 가장 정확한 이름이 되었다.
댓글목록
미소님의 댓글
저도 기도할 때 두 손 모으고 침묵으로 하긴 하는 데
그런 의미의 시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리고 또 "침묵은 나를 부르는 가장 정확한 이름"
말을 잃어버린 순간에 자신의 본모습이 가장 선명해진다고 하는 데 그것 하고도 연관이 있는지
끝내 제대로 읽지 못하고 말았네요
그래도 읽어내려고 정말 노력했으므로 여기서 만족하려고 합니다
좋은 날 되세요,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미소 시인님 다녀 가셨네요.
저런, 고생하셨네요. 조금 더 쉽게 써야 했는데...
시에는 정답이 없어 읽는 분들이 읽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것으로 된 것이지요.
오래전 천주교 신앙 모임에 갔을 때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수화로 전달하는 자매님이 계셨는데
그분의 손동작이 너무 아름다워 집에 와서도 한동안 잊혀지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
적어 보았습니다.
짜증도 날텐데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늘 건필하세요.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