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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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시의 바다 / 김 재 숙
언어들이 도망쳤다 나만 모르게
그가 주고 간 주머니칼로 흑점 부근의 얼룩을 쫓아
하얗게 앓는 백반의 언어를 찔러 보았지만
더 이상 어쩌지 못했다
치명적이게도
입 속 버글 거리는 온갖 낱장의 말들이 어제의 그림으로
풀려나와 그도 나도 들을 수 없는 무언의 뭉치로
언어를 굴리고 있었다는 것
물기 젖은 바람이 멀리서 불고
목소리는 갈라져 절규로 파도치는
이젠
시간 안으로 다시 돌아 갈 순 없다는 것에
그러니 만큼 사라진 온기는 누구의 것도 아닌
이미 순한 그림의 한 조각으로 깨뜨려 버린
치사한 말장난으로 남아버렸다는 것
사막 한가운데 선인장처럼 무성한 가시로 서로를 찌르고 있는
바라보고 만지고 귀 기울여 듣는 어떤 외설의 중간어디쯤에서
근시의 눈은 바다를 보고 있다
헤아릴 수 없는 나의 눈이 마구 쏟아지고 구부러지는 언어만 중얼거리듯
오늘의 근시를 비틀거린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사라질 줄 알면서 가까이 흐려지는
마음 속 바다의 파도,
끝내 닿지 못한 채 오늘도 언어가 조용히 비틀거리네요.
바쁘셨나 봅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김재숙님의 댓글
시간이 넘칠수록 더 게을러 집니다. 찾아주셔서 넘 감사드립니다.
어느 책 표지에 "시인은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시를 쓴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저는 지금 버거움으로 시를 바라 보는데. 피식 웃다가 참 나는 시인이 아니지 하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나아지네요
시인님은 늘 건강하시고 향필하시길 기원합니다~~~^^
cosyyoon님의 댓글
오랫 만에 시인님의 옥고를 만나니
반갑네요.
항상 의표를 찌르는 언어와 신선한 표현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건필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