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진실의 네 번째 축
페이지 정보
작성자본문
시간의 골짜기 저편,
붉은 진실이 아직 이름을 얻기 전의 자리에서
세계는 사방이 아닌 사차원으로 번져 흐른다.
그곳에서 불은 단순한 빛도 열도 아닌,
기억을 기울이는 각도 자체로 발화한다.
불꽃은 비밀스럽게 팽창한 공간의 관절을 움직이며
우리 눈앞의 직선을 서서히 곡률로 바꾸어 놓고,
진실은 그 곡률을 따라
마치 태초의 뼈대를 더듬는 탐험가처럼
붉은 손끝을 가만히 펼친다.
네 번째 축은 보이지 않지만 존재한다.
그곳에서는 침묵이 먼저 내뱉어지고
그 뒤를 따라 시간이 늦게 도착하며
모든 소리는 중력 대신 의미의 무게에 끌린다.
그래서 불의 함성은 소리로 들리지 않고
공기의 결을 바꾸며 피부 아래를 지나간다.
나는 그 흐름에 조심스레 발을 들이며
붉은 진실이 남긴 잔광의 계단을 오른다.
한 걸음마다 차원은 얇게 흔들리고
불꽃이 스스로의 생명을 구부려 만든 문장들이
내 앞에서 연기처럼 풀렸다 다시 조여든다.
그 문장들은 말한다.
“진실은 밝히는 것이 아니라, 건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부산스러운 울림 속에서
불이 쥐고 있는 보이지 않는 손잡이를 더듬어
네 번째 축의 벽면에 비친 내 그림자를 바라본다.
그곳에서 비로소 알게 된다.
그림자는 검은 것이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붉은 미래의 잉크라는 것.
불은 그 잉크를 데워 흐르게 하고
진실은 그 흐름 속에서 새로운 형태를 얻는다.
그래서 오늘도
붉은 진실의 네 번째 축은
형태를 가진 시간, 시간에 젖은 빛, 빛이 남긴 언어를
모두 불 속에서 뒤섞어
아직 실현되지 않은 우주의 심장에
뜨겁게, 끝없이 주입한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한 번 읽고선 성경 요한계시록인 미지 세상을
펼쳐 놓은 것 같은 이 묵시적인 시는
다시금 이란 전쟁의 구체화된 발아지점을 명료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초현실적인 어법이 동원되어
미래의 전쟁 같은 것을 지금의 셰계에 대비 해보면
소름돋는 중동 이란의
경렬한 내부 서막을 드라마스틱하게 그려내고 있어
시의 진수를 보여줍니다.
한 줄 한 줄이 요한계시록의 암시처럼
탄탄하고 정교하게 역사의 뒤안길과
지금의 세계를 선명하게 펼쳐 놓아 불의 현장을 실시간으로 봅니다.
오랜 동안 다져온 내공의 진수가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의 세공의 기술자처럼 시의 다이야몬드를
이처럼 눈부시게 다듬어 펼쳐 놓아
이렇게 값 없이 호사를 누려도
되는지 다시금 옷깃을 여미게 합니다.
이곳 시마을에 이런 숨은 시의 세공 기술자가 있었다니................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 놨는데
이토록 정교하게 저의 정신 분열적 시 세계를 분석하시다니요.
매번 놀랍습니다.
붉은 진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차원과 진실의 구조를 드러내는
존재라는 상상에서 출발했는데 인간이 진실에 다가갈 때 겪는 불확실함과
변화의 떨림을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끄집어 내면서
저의 불안이 그대로 노출되었네요.
부족한 글에 늘 좋은 말씀으로 힘을 주시는 힐링시인님, 늘 건필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5연과 6연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특히 마지막 연이 이 시에 핵심인 것 같아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공감의 글로 함께 해 주셔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빕니다. 힐링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