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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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시
아침에 일어나 둥굴레차를 마셨다
아내가 차려 준 카레밥을 먹었다
어제 도착한 차이브 씨앗 봉지를 바라보았다
집 현관 앞 화단의 휑한 모습이 떠올랐다
어떻게 심으면 되노, 물으니 아내가
잘 심으면 돼요, 했다
그래 잘 심으면 되지
봉지 입구를 뜯어내고 안을 살펴보았다
작은 씨앗들이 어둠 속에 웅그리고 있었다
키 큰 감나무 두 그루, 참나리들이 자리한
작은 화단 구석에 간이삽으로 골을 냈다
무심코 뿌렸다,고 쓰려다가 썼다,로 바꿨다
애네들은 장차 필 나의 시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고였다
이런 말 하면 아내는 또 놀고 있네요, 할 테고
응 난 시하고 좀 놀 거다, 할 테지
달에 발을 디디고 우주의 비밀을 푼다 한들
그게 내 존재와 상관없다면 무슨 소용이냐는
실존의 질문을 꽃들에게서 배운다
뒷산 진달래 개나리 철쭉의 수수한 얼굴들
우리동네 골목에 핀
영산홍 천리향 살구꽃 매화 배꽃 목련도 좋지만
난 내가 심고 키운 꽃이 더욱 아름답고,
삶도 그러하고
그네들을 다 심은 뒤
시의 마음처럼 덮인 흙 위에다가
시어 닮은 투명한 물을 뿌려주었다
오늘 밤엔
시가 몽글몽글 자라는 꿈을 꾸겠다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시인님 안녕 하세요 ?
지금 의 삶을 넋두리 하듯 노래하는듯 그려 놓으셨네요 그러나
심어 놓은 씨앗 처럼
끝맺음은 무척이나 아름다울 거라 장담 합니다
오랫 만에 인시 드리고 갑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오늘 가랑비가 내렸습니다.
화단의 씨앗들이 좋아할 걸 생각하니
맘이 참 좋아졌습니다.
늘 화평 속에 거하시길 빕니다.
손늠님의 댓글
달관이 무언지 배워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