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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뒤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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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몬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7회 작성일 26-04-04 21:36

본문

때마침 봄에도 이슬비가 내리나 봅니다
훌쩍거리는 소리를 묻어주기 위해
얼마나 내렸는지 내리었는지
어느새 멎고 먹구름 사이 한 줌의 빛만이 내리쬐는 봄은
이전의 풍경과는 많이 달라졌더라고요

축축한 흙탕물 찝찝한 고인 물
그 주위로 즈리어 밟힌 벚꽃잎
그 조각의 흔적은 쉽게 지어지지 않는 바닥의 문양이 되었더라고요

매정히 가버린 환승 버스
그 미련 남은 이슬이 창문에 맺힌
그 커다란 통창에 위로하듯 맺혀 있는 벚잎 두 송이는 두 눈을 가리어 쉽게 갈 길을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빗물과 담뱃물이 섞여 있는
그 후회의 향기 나는 종이컵 속에는
꺾이어 버린 담뱃꽁초와
꺾이지 않겠다는 고고한 벚꽃 한 가지는
보란 듯이 그 속에 떨어져 있더라고요

철장에 막혔지만 그 틈새를 핀 노란빛 개나리는
괜찮다며 유유히 별 조각을 바닥에 흩뿌리고
때 이른 봄비에 그 틈새를 피려는 이름 모를 진달래는
좀 더 노력해봤어야 했다는 듯 한 입이라도 갈증을 해소하려 꽃망울을 아 하고 벌린다

봄의 절경은 바람 타고 벚꽃나무로 향기롭게 모여들고
손을 뻗어도 헤아릴 수 없는 크나큰 벚꽃나무야
비 온 후의 봄은 참으로 내 마음과 같구나
그 말을 들은 나무는 아직 눈물을 머금은 채
그저 서서히 개는 날씨와 어우러지고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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