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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애인 [남포동에서 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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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백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91회 작성일 19-01-05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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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애인

 


남포에서 친구와 옷을 보며 돌아다니다 갑작스레 찾아온 허기를 달래려 먹자골목을 배회한다 친구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좁은 길에서 애인과 자주 먹던 떡볶이를 먹자 한다 주인아주머니의 웃음과 어깨를 부딪치며 지나가는 행인들, 코끝을 비집고 들어오는 매운맛 사이에 애인이 저녁의 눈치를 보며 서있다 입안 가득한 떡 때문에 저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애인은 납작 만두를 호호 불며 먹다가 금세 26번 버스를 타러 가버린다 송도해수욕장으로 향하는 버스의 뒤를 저녁이 입가에 떡볶이 국물을 가득 묻힌 채 쫓는다 도착한 바다에서 애인의 뒷모습만 기억하는 저녁은 서로 입술의 주름을 세어보던 바위에 앉아 눈을 꺼내어 놓고 입을 씻는다 긴 해안선을 따라 포개진 저녁의 입술에 비누거품 같은 포말이 몇 번 일고 물기를 닦아낸 소매가 발갛게 젖는다 멀리 스카이워크 끝에서 애인은 여전히 뒤돌아 서있고 저녁은 김처럼 늘어진 옷을 매무시한다 단정한 어둠이 애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작은 어깨를 감싸 안는다 표정이 없는 애인은 저녁에게 고백과 이별의 말을 동시에 한다 애인은 저녁이 지나고 나서야 빛나는 사람이다 저녁의 텅 빈 안와(眼窩)에 마지막 키스를 하는 애인의 뜨거운 입모양이 발밑까지 전해진다 경고음처럼 스카이워크 네온사인이 깜빡거리면 젖은 눈을 건져 올려 호주머니 깊숙이 넣은 채 다시 돌아온 곳, 애인은 자리에 없고 저녁은 아직 벌건 입으로 바다 냄새가 나는 국물을 삼킨다 이른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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