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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명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254회 작성일 19-01-18 05:39

본문

       이 명 주

 

콘크리트 벽 앞에 앉는다

도저히 부술 수 없지만

온몸으로 한번 뚫고 들어가 본다

초등학생 같은 시시한 나뭇가지 하나가

잡혔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유치하기 짝이 없다

여기서 멈추면, 아무도 알 수 없고

누구도 본 적 없는 꼬맹이가 쓴

명시가 된다

 

아침에 신선하게 쓴 시가

석양에 불타는 환멸로 돌아오고

쌓이는 분노는 호숫가에 고독을 낳고

고독은 광기에 신선한 연료가 되었다

 

콘크리트를 부수는 무기는

해머 드릴에 검은 오일 같은

내부에 있는 광기에 의존한

불안정한 정서였다

 

완성된 시에서 일어나는

끝없는 갈증이 더 단단한

벽 앞에 서게 하고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에 역사에 관하여

[건물에서 멀지 않은 공터에

신문지 한 장이 몇 달째 누워 있다. 사건을 가득 담고

빗속 햇빛 속에 밤이나 낮이나 신문은 그곳에서 늙어간다

식물이 되어가는 중이고, 배추 머리가 되어가는 중이고,

땅과 하나 되어가는 중이다. 옛 기억이 서서히 당신 자신이 되듯,]

말미 부분처럼

 

시는 사상에 리듬과 분위기 냄새 색깔의 강도를

2 1이나 3 1의 비율로 적절히 배합해야 하고

불필요한 시어가 삭제된 직접 표현이 있어야 하며

자연과 사물 앞에서 두려움에 휩싸인 채

분노한 신비가 예술가와 화해하는 경이의 순간,

신선하게 쓴 시가 석양에 불타는 환멸로 되돌아오고

쌓이는 분노는 호숫가에 고독을 낳고

고독은 광기에 새로운 연료가 되는 것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단조롭고 힘겨운 일상의 신음소리가

종이 위에서 구원자와 대면하는 것이다

 

 


댓글목록

선아2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선아2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힘겨운 일상의 신음소리가
종이 위에서 구원자와 대면할때까지...
벽에 갇혀 있는 시를 끄집어 낸다는것은
쉽지 않은 일이겠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이 명주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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