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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죽고 싶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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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피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03회 작성일 19-02-25 00:28

본문

<세상은 죽고 싶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른다>

파괴자의 말로는
자신의 고기 맛을 깨닫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느 사이에 나는
자신의 마블링이 얼마나 잘 박혔고
발골칼이 얼마나 잘 들 요량이며
가격은 또 얼마쯤 책정될지를
자랑하는 가축이 되었다
살가죽이 벗겨지고 갈고리에 걸려야
식용 페인트로 탁 새겨질 등급을
가문의 영광인 양 액자에 걸어놓은
내 조부는 비록 런천미트였으나
부친이 1등급 생고기였듯
무슨 보증도 없이 도축업자를 믿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은
불기운을 쬐고 식탁에 올라
누군가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살고자 하니
등외 판정을 받지 않으려
있는 애 없는 애 다 끄집어내려는
저 소들, 늘어선 검은 소들
문자로 나열된 죽음의 군무를
그저 감흥없이 드러내는 장단에 맞춰
일사불란히 이리저리 끌려다니는데
뜻밖의 엇박이 나자 퍼뜩 정신을 차려버렸다

그러나 도망은 할 수 없었으니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구워지나 매장되나 거기서 거기
소름끼치는 익숙함이 족쇄의 철구가 되었다
길들여진 자신에 대한 살의는
공권력의 부작위 따위로는 잡을 수 없는 것이니
나는 나를
참으로 죽여버리고 싶어지게 되고 말았다

이러매 돌아보니 세상은 결국 모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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