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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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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태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391회 작성일 20-04-26 09:10

본문

  어느 희생 / 백록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그러니까
  어쩌다 외딴 섬 개 꼬랑지 신세가 되어버린 K씨 그의 나이 서른아홉에 늙은 일개미 하나가 억울하게 죽었지
진짜라면 여왕개미였을 터 가짜라서 더욱 고독한 수컷처럼 살며 지독하게 일만하다 죽었지 그것도 게으른 수컷
들에게 무참히 밟혀 죽었다지
 
  그들은 젊은 당신을 식민의 세월에 저당 잡히고 떠난 지아비와 불온한 시대에 뜻 모를 죽임을 당한 시아비는
물론이고 꽃다운 청춘에 산화해버린 큰아들이며 잘난 아들 못난 아들 그 아들의 아들들 헤아리기조차 피곤하도
록 수두룩이라지 방방곡곡으로 씨를 뿌린 빌어먹을 족속들
 
  죽도록 모질게 살다 간 일개미는 이승의 버거운 거죽을 훌훌 벗어던지고서야 마침내 훨훨 구천의 날개를 달고
여왕개미로 등극했다는 어느 전설의 20세기 행간이라는데
  요즘처럼 우중충하고 구름 잔뜩 꾸물거리는 날이면
  간혹, 얼룩진 그녀의 천근 근심이 희끗거린다지
  어느덧 불초의 손으로 씨불알을 만지작거리는
  K씨 홀로그라피 각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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