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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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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60회 작성일 20-06-04 10:02

본문



내가 사랑하는 편지는 늘 반편이 얽어 있어,  

여름비 뜨겁게 쏟아지는 

또 다른 반편으로 

투명한 글자가 배어나오곤 했다. 


번져나가는 홍역(紅疫)을 

흰 천으로 둘둘 감싼 표정이

촛불 안에서 풍선처럼 부풀어오르는 것이었다. 


짓무른 즙 안에서 지문(指紋)이 몸부림치는

새하얀 여백이    

썩어 벌어진 벌레의 몸안을 핥았다. 


내가 사랑하는 편지는 

또렷한 눈썹이 달에 닿도록 이어져 있어

눈동자 두개가 달빛 바깥으로 또르르 굴러나오곤 했다.


저 어둠 속 깊숙이 

혈관 끊은 달받이꽃이 

자위행위를 하느라 부르르 떨리곤 했다.


나는 한번도 그 편지를 열어본 적 없다. 

그저 살아가라고.

물 바깥으로 나와 헐떡이는 빙어(氷魚) 한 마리를 

사막 속으로 등 떠민 적은 있다. 

그는 새하얀 봉투 속에 담겨 

내게 금속성 비늘 하나를 선물로 남기고 갔다.


불길이 솟아올랐다. 

주홍빛 선명함 속에서 드디어 선명함을 얻어 

편지는 찬란하게 뒤척인다. 

편지가 나를 개봉한다. 

내 배를 가른 다음, 

내장이며 죄악이며 쾌락이며 

더러운 것 뜨거운 것 성스러운 것을 모두 들여다본다.

나는,

날 들여다보고 있는 이 불가해한 글자들이

조금쯤은 두려움과 부끄러움을 느끼며 몸을 떨고 있으리라 

상상한다. 


나를 깨끗하게 덮는

창녀의 손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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