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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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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115회 작성일 20-08-15 13:35

본문

인간의 조건(條件)



비록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온다 하여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 스피노자


실로, 좋고 또 좋은 말이어서
사람들이 인용(引用)도 많이들 한다마는

나 또한, 짐짓 숙연(肅然)한 표정으로
남들 앞에서 삶은 그래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말 내일의 종말에 명백한 확신이 든다면,
나는 아마도 덜 익은 사과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울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초라하고 누추한 인간은 되기 싫은 것이다
하여, 위선(僞善)은 인간적으로 얼마나 눈물겨운가

우리에게 그것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은 얼마나 차갑고 황막(荒漠)한 풍경이 되었을까

우리 모두 병들고 아픈 영혼이기에,
우리는 그렇게 따뜻한 연민(憐憫)의 눈빛으로
서로를 측은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인간은 
근원자앞에서 마땅한 온전(穩全)함은 아니었다

근원자(根源者), 또한 그런 우리들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세상 사람들의 그 흔한 흑백의 잣대로
함부로 선(線)을 긋지 아니한다


                                                                                   - 繕乭 ,

* 스피노자 (Baruch de Spinoza 1632∼1677) : 네덜란드의 철학자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내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과 삶의 여정이 지나갈수록 죽음의 열차에 탑승해야 한다는 순리를 잘 알고 있기에 뭐, 내일 당장 죽는다고 해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느껴질 못합니다. 다만, 주위 사람들에게 좀 더 잘 대해주지 못한 이유로 남겨진 이들에 대한 약간의 미안함과 개똥밭 같은 세상이지만 그래도 구석구석 숨은 아름다움을 잘 살펴보지 못한 아쉬움이 전부일 테죠. 인간의 관계가 어렵다고는 하지만 상대가 내게 미움을 선택할때 그래도 저는 사랑을 선택할려고 애써며 살아왔고 그런 길을 걸어 왔기에 뭐그리 죽음에 대해 두려움과 아쉬움은 별로 없습니다. 바라건데 남은 날은 적지만 그동안 내가 살아 왔듯이 변함없이 살아가는 것일뿐입니다.

좋은 글, 머물다 갑니다. 즐거운 토요일, 행복한 휴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유상옥님의 댓글

profile_image 유상옥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용기있는 글입니다.
숙연한 마음으로 생각하게 하는 힘을
느낍니다. 요사이 이렇게 솔직한
마음으로 말하는 사람을 보기 힘이 듭니다.
속에 있는 것을 비우는 것이 어찌 그리 쉽겠습니까?
시인님의 마음 한 가닥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건필 건안 하십시요.

sundol님의 댓글

profile_image sundol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수라장 阿修羅場같은 세상.. 

그리고 사람들 (내일 당장 세상의 종말이 된다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을,)

멸망을 향해 치닫는 거 같은 시간의 흐름

지금의 코로나는 애들 장난 수준이지만 - 앞으로 닥칠 거에 비하면 (시두 時痘및 괴질 병겁 病劫)

어쨌거나, 인간의 조건에 그나마 위선이라는 게 있어
세상은 (착각이라고 할지라도)
생경 生硬한 따뜻함을 품고 굴러가는 것 같습니다

머물러 주신, 날건달님
존경하는 유시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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