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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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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유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85회 작성일 17-05-0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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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신다

세계적인 바리스타 챨스 바빈스키가 브랜딩 했다는,

로스팅 후 10일까지만 유통 될 수 있다는

고품격 커피를 마신다.

로스팅 후 8일째가 되어

누군가에게 불편하게 유통될까봐 내가 마신다.

내게 커피는 딱 두 종류다.

누가 사줘서 공짜인 커피나,

자판기에서 공짜로 뽑은 커피나,

너그럽게 봐준다해도

이백원이 넘는 커피는 분수를 모르는 커피로 나는 분류한다.

그런데 지금 내가 마시는 커피는 무려 이천원이나 한다.

게다가 길바닥에 버릴 수 없어

뱃속에 버리는 커피다.

 

커피 한 잔의 여유가 내가 마시는 커피에는 없다.

식당에 다닐 때는 손님이 올까봐 급히 먹는 점심 식사 끝에

나 혼자만 마시면 눈치 보여 직원들것 다 뽑고 있는데,

마지막으로 이것은 내가 마셔야지! 하며 뽑고 있는데 손님이 와서

가장 뜨거운 것이 내것이다 하며 표시하려고 다급하게 한 모금

마시고 손님에게 달려가다 입천장이 데이곤 했다.

내가 마시는 커피에 감성의 문제는 없었다

한 병의 박카스처럼, 한 캔의 핫식스처럼 내가 가진 동물성에

작용하는 것이 나에 관한 커피의 역할이였다.

모두 자신의 쟁반에 담긴 그릇의 무게를 감당하기도 버거워 하는

힘겨운 사람들과 커피를 마시면서 나눌 수 있는 삶의 무게는 없었다.

커피는 투우에 지친 소에게 먹이는 술과 같았다.

다 마시고 난 종이컵 밑바닥에 몸에 그렇게 해롭다는 설탕이

지구를 몇 바퀴 돌아도 몸에서 빠져 나가지 않는다는 프림과 함께

녹지도 않고 침전 되어 있는 자판기 커피가 아니면 약발이 받지 않았다.

후식으로 원두 커피가 나가는 칼국수 집에서 일할 때는

팔이 빠져라고 그라인더 손잡이를 돌려 이틀치 삼일치 커피콩을

갈고 나면 이도 갈려 그렇쟎아도 심심해서 싫은 원두 커피가 더 싫어졌다.

후식으로 원두 커피를 주니까 손님들은 다 먹고도 일어 설 생각이 없고,

그기다 후식으로 나간 커피를 리필까지 해달라고 할 때는

커피 때문에 열이 받혀서 코피가 터질 질경이였다.

게다가 커피는 셀프라고 벽에 적혀 있는데도

꼭 종업원에게 커피를 뽑아 달라는 단체 손님들이 마지막까지

본전 뽑듯이 즐기는 한 잔의 여유로 인해 식당 종업원들의

마감 시간은 한 시간이나 늦어지기도 했다.

키피 주제에 감히 이천원이나 하는 커피를 마시고 있으려니

식당 아줌마가 야쿠르트 아줌마로 고공 승진이라도 한 것 같다.

언젠가 야쿠르트 아줌마 때려 치울 거라고 야쿠르트 사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사장은 나를 달래느라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진양호가 보이는 커피숖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사장이 두 잔을

주문 했는데 종업원이 잘못 들어서 한 잔만 나왔다는(나는

사장이 어쩐지 처음부터 한 잔만 주문했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마끼야또 커피는 한 잔에 5800원이였다. 200원만 더 보태면

등짝에 붙은 배가 터지도록 일어나는 돼지국밥을 먹을 수 있고,

3500원짜리 짜장면을 먹으면 2300원이 남고, 소주를 다섯병이나

살 수 있는 가격이였다. 나는 자주 그런 커피를 마시고 다니는 사람처럼

태연하게 "이 집 마끼야또는 다른 집보다 좀 더 단 것 같네요."라고

이 집이나 저 집이나 달기만 하고 맛도 없는 커피맛에 대해 무슨 일가견이라도

있는듯이 말을 했지만 속으로는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점심도 않먹었는데 그냥 국밥이나 사주지"하며 구름 주머니 속의 말을

마끼야또와 함께 삼켰다. 가끔 시집을 잘 갔거나 유난히 알뜰해서 제법

살림을 일군 친구들이 커피숖에서 만나자고 해서 커피 주제에 감히

공짜가 아닌 공짜 커피를 마시며, 내가 커피값을 내어야지 하며

평생 번 돈을 사회에 환원하는 할머니의 심정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계산은 그녀들이 해서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난 사실 오랫만에 사람을 만나면, 다음에 차 한 잔 하자는 부류보다

술 한 잔 하자는 부류를 더 좋아한다. 술값은 몇 만원이라도 아깝지 않은데

커피값은 우체국이나 농협에서 이백원을 내어도 아깝다.

그런 나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마셔 보려고 한 적이 있다.

함께 살던 시어머니를 떠나 분가를 하며

달세 없는 천만원짜리 폐가에 이사를 할 때였다.

신혼의 단꿈이 너무 달아서 커피 생각이 났던 것 같다.

한지를 붙여서 나름대로의 인테리어를 했던 벽이 너무 허전해 보여

선반을 하나 달았는데 그기에 커피와 차들을 늘어 놓으면 좋을 것 같아

꼼쟁이 신랑을 졸라 원두 커피와 커피 그라인더와 커피 메이트들을

장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년이 훨씬 넘은 지금까지 유통기한이

6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는 그 원두 커피들은 여전히 내 뱃속에서

유통 되고 있다. 뭐든지 잘 유통 시키는 내 체질은 문제가 되지 않는데

커피가 커피향을 풍기며, 김을 모락모락 올리며 우리의 삶에 유통될

시간이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난 처음 그 원투 커피를 마실 때와

유통 기한을 훨씬 넘긴 지금 그 원두 커피를 마실 때의 맛의 차이를

전혀 모르겠다. 커피에서 신맛도 나고 비린맛도 난다는데, 내 입맛에

이백원이 넘는 커피는 모두 쓰다. 에디오피아나 아프리카 커피 농장의

일꾼들이 마시는 커피맛과 스타벅스의 손님들이 마시는 커피맛은

같을까?

 

유기견을 두 마리 키우는 창선 횟집 여사장은 단호하게 말한다.

"개가 아프면 죽어야 한다"

나는 커피에 대해 똑 같은 생각을 가진 것 같다.

내 한 잔의 여유가 다른 사람에게 한 잔의 스트레스가 되고 있지는 않은지

무심코 벤치 위에 놓고 가려던 커피 잔을 접어서 호주머니에 넣는다.

 

커피는 쓰다.

유통 기한이 3일밖에 남지 않아 내가 마셔야 하는 커피는 쓰다.

세계적인 바리스타 챨스 바빈스키가 로스팅하고 브랜딩해서 그런지

정말 제대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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