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는 문어를 극복 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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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을 쉬고 일하러 간다.
해신궁이라는, 푹 삶은 오리에 문어인지 낙지 인지 모를 살아 있는 두족류를 넣는 해신탕이라는 음식을 만드는 식당이다.
식당 가기 싫어 십삼일동안 다녔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참 행복했다. 아침 저녁 거리 유세를 하지 않는 시간은 내도록 꽃놀이였다.
무슨 놈의 꽃들이 그리도 지천인지...화성이나 달, 수성, 금성,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떤 별을 다 뒤져도 단 한 포기 없다는 풀과
꽃들이 이렇게 지천인 별에 살면서 도대체 무엇이 부족하다는 것인지..
나는 빛이 무엇으로 구성 되어있는지, 양자가 뭐하는 년인지..빛이 몇 키로미터로 달리고, 빛이 얼마나 먼 거리를 달려왔는지 모른다.
이전에 알고 싶었지만 지금은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내가 빛속에서 살고 있고, 내안에 빛이 함께하고, 이 세계의 양식이 빛이라는 사실은 어떻게든 꽃을 찾아가는 나비의 지성처럼 감지하거나 인지할 수 있다. 빛은 사랑의 일부다. 온 우주가 사랑이니..빛도 어둠도 팽창도 소멸도 폭발도 고요도 온전히 다 품는 것이니, 쉬는 날 가만히 마당에 앉아 햇빛을 받고 있으면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녹초가 되어 퇴근했는데도 살짝 졸릴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 불을 꺼면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이 봄날 비행기에서 폭탄을 투하하는 듯 꽃으로 폭발하는 꽃나무들을 보면 내가 미치도록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비 온 뒷날 아침, 그 모든 꽃다발이 산산히 무너지고
남은 꽃잎들이 쓸쓸히 지는 것을 보면 또한 내가 고요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우주의 사랑이 사람의 사랑을 닮을 까닭이 뭐 있겠는가? 큰 아이스크림통에서 천원짜리 콘에 떠 담은 아이스크림은 누구를 닮은 것일까? 신은 외로워서 우주를 만든 것 같다.
무슨 까닭일까? 살면 살수록, 여자 혼자 간이역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이 정신이 사라질때까지 술을 마실만큼 외롭게 살수록, 종일의 노동에 피까지 쫄아들만큼 지치면 지칠수록 나는 온 세상으로부터 이 세상 너머의 세상과 또 그 너머의 세상으로부터 사랑받고 있다는 열렬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 했으니, 모두 불심을 가졌다는 말이 맞다면 천상천하 혼자서, 모두들 얼마나 외롭겠는가? 외로워서 우리는 살고, 외로워서 우리는 서로를 당기다 부딪히고 깨지고, 그 외로움 다하면 별은 죽는 것이다.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
아니다. 나는 외롭다 고로 사랑한다. 사랑한다. 고로 존재한다...존재란 존재 안에서 일어나는 그 모든 현상들을 초극해가는 일이다. 우린 그것을 견딘다고도 하고 이긴다고도 말한다. 외로워서 사람이라는 말을 넘어서면 외로워서 생명체고, 외로워서 우주고, 외로워서 신인 것이다. 신이 있다 없다는 웃기는 논의다. 이 세상과 우주 어디를 뒤져봐도 신이 없다면, 이 세상과 우주, 이 시공자체가 신인 것이다. 이 무한광대한 외로움 말이다. 팔팔 끓는 오리 백숙에 살아 있는 문어를 빠뜨리며 너무 죄송해 말 것...문어는 문어를 극복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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