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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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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27회 작성일 18-09-13 08:32

본문

요즘엔 아침마다 내 발걸음 밑으로 사계의 봄이 깔리고 있다.

대학이란 곳은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신선한 활기와

풍요로운 빛으로 가득한 거대한 함선 같다.

정문에 책 한 권이 위로 위로 날아 오르다 마침내 새가 되어

날아가는 조형물이 있는 그 대학교에 들어서면, 마치

그곳만 다른 태양이 비추는 것처럼 햇빛에서도 새책의

여백에서 풍기는 시큼한 활자 냄새가 풍긴다. 나는,

이제막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마친 새내기 대학생처럼

가슴이 부풀어서 가을이 오는 캠퍼스를 가로 질러서,

 

그 대학의 구내 식당으로 출근을 한다. 책 대신 생리가 끝난

친구가 한보따리 챙겨준 생리대와 양말과

작업복으로 부푼 가방을 들고, 구내 식당 후분으로 들어가서

조리원 복장으로 십분만에 갈아 입고 내가 한 번도 되어 본 적

없는 대학생들과 교수들의 점심 식사를 만들기 위해

하루를 시작한다. 마침 대학생이 되라고 등록금 내줬더니

자퇴를 하고 그 돈 빼어서 군대 갈 때까지 먹고 놀았던 큰 아이도

반도체 공장에 취직을 해서, 거의 두 동이의 콩나물을 씻는 동안

새 회사에 출근을 하는데 필요한 것들을 어떻게 해주나를 생각했다.

엄마 생일이라고 작은 아이가 형의 첫 출근을 함께 축하 하며

십만원을 주었다. 기어히 삼천포 바다를 보아야 한다며 반술이 된

내가 회를 먹으러 가자고 우기지만 않았어도 작은 아이에게는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하며 큰 아이 건강진단서도 떼고 운동화도

하나 사고 했을텐데 결국 남은 오만원으로 건강 진단서 뗄 돈만

주었다. 왠만하면 카드를 쓰지 않으려는 궁리로 개수대에서

두 손바닥 가득 콩나물 덜어낸 콩나물을 머릿속에 담는 것 같았다.

고작 오후반 사장에게 가불을 내는 것이 정수리를 번쩍 때리는

반짝이는 결론이였다. 기름옷 입는 공장이 아니라 출퇴근하는

사복을 한 벌 번듯하게 사주고 싶었지만, 녀석의 휴대폰 단말기와

요금을 카드로 결재를 해서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어제 녀석이 면접을 보는데 따라갔다 녀석이 없는 차에서

내 코고는 소리가 천둥 같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 문득 조수석

의자 밑에 있는 서류들을 보게 되었다. 어렴풋이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무슨 캐피탈인가 하는 곳에서 자동차를 담보 잡혀서 삼백만원을 빌린

서류를 보고 말았다. 순간 퍽치기 당한 사람처럼 화면이 까매져서

앞으로 꼬꾸라지듯 몸을 웅크렸을 뿐이다. 화도 자꾸 내면 더 이상

낼 것이 없어지나 보다. 당장 캐피탈 회사에 전화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 하고 싶었지만 본인이 아니면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이제는

소를 끼치는 깍듯하고 매끄러운 서울 말씨가 안내를 해주었다.

할수 없이 아이가 면접을 마치고 올 때까지 배앓이를 하듯 웅크리고

앉아서 기다렸다. 느낌이 좋은지 만면에 웃음이 가듯한 큰 아이가

길을 건너오고 있었다. 화도 눈물도 다 말라주어 고마웠다.

"너 엄마한테 더는 숨기거나 속이는 일 없지?"

"응, 없어. 없다고, 정말 없어."

짜증스럽게 말하는 아들 앞에 캐피탈 채무 서류를 내밀었다.

"이거는....."

"잘 됐다. 그냥 차 끌고 가면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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