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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돋이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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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56회 작성일 19-01-01 02:21

본문

이상하게도 새해 첫날에는 해가 뜬다고 하지 않고 해가 돋는다고 한다.

그것을 해돋이라고 부르고, 해가 돋는 것을 보기 위해

밤잠을 자지 않고 차를 몰아 바다로 산으로 달려간다.

해가 스치로폴이나 무슨 가벼운 물체들처럼 쉽게 뜨오르는 것이 아니라

새싹이나 엄청난 노력과 의지를 기울여서 언 땅을 뚫고 올라오는

식물들처럼 돋아나는 모습을 보려는 것이다.

사실 해는 날마다 그렇게 돋아난 것인데

우리가 잠에서 깨어나면 둥둥 떠 있는 모습만 보아

해는 늘 가만히 있어도 뜨는 것이라고 믿어 왔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날마다 살기 위해서 우리들 자신도 모르게 하는 노력과

안간힘에 대해 당연하게 여기듯, 해가 돋기 위해 우리의 모든

근심 걱정과 시름과 아픔과 분노와 슬픔으로 과부하된 지구를

한바퀴 돌리는 힘겨움을 잊는 것이다. 사실 해는 날마다 돋고 있었지만

우리는 해가 뜬다고 느끼며 우리 삶의 무게도 잊어 왔던 것이다.

굳이 해가 뜨는 것을 보러 가지 않고 돋는 것을 보러 가는 것은

새해 첫 날 단 하루라도 해가 얼마나 힘겹게 아침이라는 꽃을 피우는 것인지

를 느끼며 한 해 동안, 지겹도록 되풀이 되던 하루 하루가 얼마나

위대한 시간이였던지를 돌아보라는 것이고, 또 어떻게 새 해에 되풀이 될

하루 하루를 맞아야 할 것인지 내다 보라는 것이다. 산이라면 천겹의

너울을 벗어야 돋는 것이고 바다라면 억만겹의 물결을 벗어야 돋는 것이다.

날마다 해는 그렇게 돋아 왔던 것이고, 물 위에 삭정이 나무 토막이 뜨듯

뜬 적이 없었던 것이다. 우린 날마다 그렇게 애틋하게 살았던 것이고, 우린

그렇게 날마다 열렬하게 우리의 어제로 부터 오늘로 돋아 났던 것이다.

해운대 였는지, 정동진 이였는지, 노고단이였는지 이제는 모르겠다.

해가 노고단을 뚫고 있을 때, 우리도 밀리고 밀린 차량 행렬에 끼여

노고단을 오르고 있었고 새해가 해저의 수압을 뚫고 있을 때 묵은 해의

절망을 가르고 있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서 창문만 열어도 떠 오르는

해를 보기 위해 이를 딱딱 부딪히며 모래알 같은 인파에 밀리고 밀리며

새로 돋는 새싹 한 촉을 기다리는 숲처럼 오래 서 있었던 것은 하루 하루

해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거룩하고 특별한 일인지 스스로에게

일깨워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저 머나먼 어둠 너머에 있는 가스 덩어리가

우리에게 우리가 복이라고 믿는 무엇을 주겠는가? 그는 이미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었고 주고 있는 것이다. 그는 돈을 많이 벌게 할 수도

없고, 무슨 문예지에 시가 당선 되게 해줄 수도 없으며, 사랑하는 남자와

잘 엮이게 해줄 수도 없다. 그는 다만 그가 비추고 데우고 빛나게 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볼 수 있게는 할 것이다. 그것을 이루는 것은 우리의 몫이고

그것을 이루지 못하는 것 또한 우리가 감수해야할 몫이다. 다만 그 모든 것이 허사가

될지라도 그를 다시 볼 수 있는 것이 삶이라는 기적인 것이다. 이 기적을

새 해에도 변함 없이 유지 시켜 달라는 소원을 새로 돋는 해에게 빌 수 있다면

그는 해가 생명체에게 줄 수 있는 모든 은총과 은혜를 이미 받은 사람이다.

그저 내일도 해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 밖의 소원을, 식상하게도 나는

욕심이라고 부른다. 다시는 뜨는 해나 돋는 해나 볼 수 없는 사건을 우리는 죽음이라

부른다. 어쨌거나 죽기 싫은 것읁 삶이 떠나기 싫은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사치가 아니라 생과 존의 가장 병적인 징후다. 사는 것이 아름다워서

우리는 죽지 못하는 것이다. 코 끝이 얼얼하고 귀가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이 추위조차

분분한 낙화와 여름 뙤약볕에 시들지 않는 독한 꽃들처럼 아름다워서, 춥다고 자살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배고픔도 아픔도 눈물겨움도 비참도 처절도 아름다워서 그 딴 이유로는

잘 죽지 않는 것이다.

날마다 해돋이를 보러 가야 하는 것이다.

갈수 없다면 눈을 뜨면 떠 있는 해를 스치로폴처럼 가볍게 여기지 말고

오늘 다시 비좁은 산도를 열고 피 묻은 머리를 내밀던

첫번째 생일날의 나처럼 소름 돋으며 느껴야 하는 것이다.

그 날마다를 해돋이를 보러 가는

차도 밀리고, 춥고, 배도 고프던 그 길로 여겨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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