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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새 피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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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310회 작성일 21-12-2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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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그만두고 싶다. 별다른 일 없어 다니는 일이다. 사실, 또 그만 둘 일도 아니다. 그러나 눈 폭 내린 어느 숲 속 흰 다람쥐처럼 나무에 매달려 있다. 가만 생각하면, 그만둬야 할 일이다. 숲에 이는 바람은 결코 훈훈하지가 않으니까, 그러나 저 수많은 단종을 잊을 순 없는 일이다. 그만 둬야 한다. 멈출 수 없는 이 행보, 오늘도 논문을 들고 닫아야 할 문을 다시 또 당긴다.

진짜, 그만 두고 싶다니깐, (오전)

 

  손목 없는 이가, 구름을 든다. 이때 갖은 모래가 물에 젖고 제법 마실 수 있는 수렁은 어느덧 양에 미친다. 좌절은 수렁을 들고 마신다. 그전에 우린 토막 난 날개와 다리를 들었다. 움직일 수 없는 모래바닥을 채워야 할 구덩이를 그리고 어루만져야 할 장미꽃 한 송이를 생각하며 떠 오로지 않는 내비게이션을 먹었다. 구름은 향이 난다. 논문은 향이 싫다. 정말 이런 향 말고, 원색적인 거 없나! (점심은 먹었다.)

 

  헐, 전화다. 구멍은 숨넘어가는 소리로 발목을 잡았다. 그러니까, 십여 년 전의 계약 건이다. 어깨가 걸려 있으니 해약하고 바르게 목을 틀어라 한다. 나 원 참! 구멍께 피해가 안 가게끔 한다는 것이 도로 난해한 일로 만들었다. 허겁지겁 재봉틀을 잡고 바로 잡도록 얘기를 한다. 재봉틀 -아니, 그건 그렇고, 앞에 것 해약하면 안 되느냐고 바느질한다.- 맞어! 그렇다. 논문은 다시 구멍에, 또 재봉틀, 그리하다가 최종적으로 탁상시계에 바늘을 맞춘다. (오후)

 

  세상은 고여 있는 물이 아니다. 겨울처럼 얼었다고 낙심하지 말자. 아주 미세하게 보면 움직이는 것도 있다. 우리가 그래도 희망을 갖는 건 떠다니는 구름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날 맑고 바람이 불었다면 내일은 구름 끼며 비가 내릴 것이다. 모든 것이 꽁꽁 언 겨울, 하얗게 내린 눈이라면 잔 가득 띄운 꿈을 마시자. (저녁)

 

 

  목새 피 나다

 

  빙하의 시대 산은 닦달만 본다.

  달보드레한 지붕 구름을 지고

  이제 끝날 것 같은 아름을 털며

  꽁꽁 언 바닥 처내 한 장 놓는다.

 

  헐, 잔뜩 낀 구름에 섬밥을 쏟고

  맞지 않는 가늠에 생인발 핥다

  아, 가둥거리다가 약방의 들창

  풀치라도 쓸어서 목새 피 나다

 

  21.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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