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은 여러 번 다녀갔다 십이월이 들어서자 십이월은 말 그대로 재촉이었다 와 이리 춥게 지냅니까?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밥도 나오고 따뜻한 국과 반찬은 여럿이라 여기에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으니 종일 재미가 쏠쏠해요 누런 잔디밭 위 끄는 휠체어와 바람에 휘날리는 하얀 머리카락은 보고 있었다 그때 뚜렷한 이름과 벤치가 떠오르고, 겨울은 그 어느 것도 이별하기 좋은 계절이었다 겨울을 맞은 무릎은 더는 삐걱거릴 필요가 없고 소외한 계단을 지울 수 있기에도 딱 좋아 두서없는 얘기는 따뜻한 욕탕에 풀 수 있으니까 더 좋겠다 그러나 홍익은 새벽을 걸어두고 새벽은 지워야 했다 내가 왜 가야 하는데 미쳤다 총 맞았나? 한쪽 귀 잃은 고흐가 벽에 걸린 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눈만 바라보며 길을 읽고 있었으니 순간 길은 길을 잃어야만 했고 우물거리는 입술처럼 밑바닥을 배워나갔다 내 것과 내 사는데 악취가 나든 살이 썩든 무슨 상관이냐 그냥 좀 내버려 둬, 거기 욕실에 물통에 든 것이나 좀 들고 바깥에 내놓아라 한가득 모아둔 빗물은 꼬닥꼬닥 얼어 있었다 단상에서 바라본 아파트는 참 인간이 아니라 아! 그럼 뭘까 또 한 대의 버스가 방향을 트는 이곳에서 물기 쪽 뺀 바지를 틀며 늘어놓는다 까닥 하나 없이 바라보는 빨래집게가 여전히 허공을 바라보며 우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