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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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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崇烏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7회 작성일 23-02-20 22:30

본문

 

 

    눈무지 앞에 얼어 서 있었던가

    아니면 눈꼴시다 뒤넘어 간 길

    도로 떼 밭에 찍고 올각대듯이

    낯선 풍경이지만 낯설지 않다

   23.02.19

 

    철판 위에 습자지가 놓인다 습자지 위 버너가 놓이고 버너 위 냄비 그 냄비가 끓고 있다 누가 끓고 있는 냄비를 휘휘 젖고 있다 휘휘 날아가는 허무와 반짝이는 구름은 안개와 같다 어느덧 안개가 걷히고 몸이 준, 그것과 같은, 이 느낌 얼룩진 습자지를 내리고 새카만 눈빛은 새카만 눈빛만 바라보며 다시 틈만 기다린다

 

 

물꼬

 

 

    온다고 했다 물꼬 오지 않았다

    기다려 본다 망토 문 열어 본다

    낯선 사람이 가고 쳐다만 본다

    오지 않는 물꼬를 지켜만 본다

   23.02.20

 

 

    저기 문 꽉 닫은 벽을 바라보고 있어서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어 봄볕이 따스한 오후 차 한 대 지나가는가 싶더니 잠시 멈춰 있어서 몇 안 되는 계단을 보며 수십 개의 발자국과 수십 개의 망토만 떠 있을 뿐 힘 있고 말은 없어도 묵직함이 내려다 보이는 컴컴한 그림자 하나가 나왔어 햇볕에 가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어 얼핏 보려고 고개를 들어 올렸어 머리 깎았나

    등산했어, 어제 종일 걸었던 기억을 하며 오늘은 걸을 수 있을까 못내 의구심은 일었지만 산 기운은 어두운 새 그림자를 지우기도 하지, 그것들은 삶의 무게를 줄이거나 삶의 한 모서리를 자르기도 해서 간밤에 내렸던 비로 쫀득하게 당기는 발걸음과 겨울철 한동안 부러지지 않으려는 저 마른 나뭇가지의 억센 기운을 보며 봄볕을 만끽하는 일 저기 저거 한 봐봐 다람쥐잖아 도토리가 있었던 거야 한 입 뭉근하게 물며 빤히 쳐다보는 저 눈빛 산에 오길 잘했어 운동화 끈 풀린 것도 모르고 어제는 강변에 오리와 고라니도 보았잖아

    더는 마를 수 없는 저 광대뼈 보며 숨 죽은 손으로 아직 살아 움직이는 눈을 봅니다 그래도 용서를 구하며 반딧불 없는 거리에 믿음으로 씹을 수 없는 믿음을 넣어 줍니다 한차례 검은 비가 내렸나 봅니다 아직도 내리지 않는 이곳 막사에서 흰 와이셔츠를 껴 입으며 고개만 끄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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