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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신이라 부른 마을 (풍자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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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69회 작성일 25-07-29 11:25

본문

거울을 신이라 부른 마을

 

(“신의 얼굴은 네 얼굴이 아니제잉~”)

 

마루골은 해마다 **‘신의 날’**이라 해서

동네 한가운데 **신상(神像)**을 새로 조각했제.

올해 신은
이마 넓고, 눈 크고, 콧대 선한 모습이었제.
사실은이장님 셋째 사위 얼굴을 닮았제잉.

거 얼굴 한번 시원하다잉~
신도 인물이 있어야제~”

사람들은 절을 하고,
복을 빌고,
사진을 찍고, 필터를 씌웠당께.

그런디 그걸 본 길도령,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읊었제.

신상 새길 돈으로
거울이나 나눠주믄 될 낀디.”

다음날
길도령은 마을 장터에 큰 소리로 외쳤제.

신이시여,
우리에게 너그러이 비출 도구를 주시옵소서!”

하면서 꺼낸 게
신의 얼굴을 비추는 마법의 물건,
, 거울이었제.

이 거울은 말이여,
바라보는 자에게 신의 형상을 보여준다 안카나~
이걸 보면 그대 안에 있는 거룩함을 알 수 있다 이 말이여잉~”

사람들은 거울을 받아들고,
하나같이 환호했제.

허억, 내 눈동자 속에빛이있어부렀어잉
허허, 신의 얼굴이 나랑 똑 닮았당께잉!”

그날 이후,
모든 집마다 거울을 모시기 시작했제.
절대신 셀카,
기도 대신 자기 다짐을 외쳤제.

거울 속 이 모습이, 신이다잉!”

마을엔 거울 사원이 생겼제.
그 안엔 사람 크기만 한 전신거울
삼백 육십도 빙글빙글 돌아가며 서 있었제.

사람들은 줄을 서서
거울 앞에 무릎 꿇고
자기 얼굴을 보며 말했제.

오늘도잘 버티셨습니다.”
신이시여나만 잘 되게 해주소서.”
내가 제일 잘났지라잉~”

한 할매는 거울에 비친 자기 손주 사진에 절했고,
어떤 양반은 거울에다 뽀뽀하다 앞니가 나갔다더라.

근디,
마을 외곽 세 칸짜리 초가집
거울이 없었제.

그 집 아이는
매일 거울 없는 방에서 그림만 그렸제.
사람들 얼굴.
울고 있는 얼굴, 웃는 얼굴, 잠든 얼굴.

길도령이 물었제.

넌 왜 거울을 한 번도 안 보냐?”

그 아이가 말했제.

거울엔 나밖에 없는데,
나는 다른 사람을 보고 싶당께요.
거울에 비친 얼굴이 신이라면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웃고 있는 얼굴아닐까요잉?”

그 순간
길도령이
처음으로 거울을 땅에 내려놨제.

하이고
거울 팔아 벌어먹는 놈이,
거울 없는 애한테 뒤통수 맞았당께잉

그날 이후
사람들은 거울을 보다가
점점 거울 속 자신이 무서워지기 시작했제.

입은 웃는데
눈이 비었고,
절을 하다가도 거울 속 자신이 남 같았당께.

마침내 누군가 외쳤제.

신은 내 얼굴을 닮은 게 아니고,
내가 잊은 얼굴을 닮았당께!
거울을 깨뿌자!”

와장창 와장창
마을 곳곳에서 거울이 깨지고
반사된 자의식들이
하늘로 흩어져 사라졌제.

지금도 마루골 바람 불면
깨진 거울 조각이 햇살을 반사하며 속삭인당께.

신은 비추는 게 아니라, 바라봐주는 거여잉
네가 누굴 바라보느냐에,
신의 형상이 있당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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