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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찌는 냄새가 그리운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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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354회 작성일 25-06-08 16:28

본문

아내와 함께 농수산물 시장에 간 김에 감자 한 보따리를 사 왔다. 얼핏 보기에도 토실토실 잘 영글어 보이는 것이

비옥한 땅에서 잘 자란 햇감자가 틀림이 없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지금쯤 햇감자가 나올 시기인 것을 나는 잊고 

살았는데, 몸은 도시에 살면서도 나는 저 감자처럼 아직도 농촌의 흙을 털어내지 못한 채 도시인 행세를 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문득 저 감자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깨알 같은 세월을 거슬러 고향의 여름 풍경을 더듬어 보았다.

 

나는 감자가 많이 생산되는 농촌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다소 과장된 면은 있지만 방송국에서 오지 마을을

취재할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곳, 도시에서 보면 첩첩산중 깊숙한 곳에 위치한 마을이어서 내가 유년시절을

보낼 때만 해도 그곳은 외지로 연결되는 교통수단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면소재지에 있는 초등학교까지는 약 4킬로의 거리를 걸어서 다녀야 했는데, 가끔 비포장 신작로를 질주하는 

뽀얀 트럭을 얻어 탈 때는 횡재를 하는 기분이었고 이런 환경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어졌다.

 

감자바위라는 조롱조의 별칭이 있을 정도로 내 고향에서는 감자 농사를 많이 지었다. 평지보다는 산이 많은 

지역이지만 감자는 비옥한 토지라야 잘 자라기 때문에 우리 집의 경우 집 뒤 텃밭이나 비교적 토질이 좋은 밭에다 

감자를 심었는데 족보로만 뵐 수 있는 증조부의 이력이 승지라는 벼슬로 기록되어 있고 조부님께서는 군 소재 

향교의 전교를 지내신 전통 유교집안이며 지역에서는 비교적 대농으로 알려진 집안이라 옹색한 편은 아니었는 데도 

매년 오뉴월 이맘때가 되면 비축한 식량이 부족하여 하루 한 끼는 감자나 옥수수 등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농가의 소득원은 오로지 농산물이기 때문에 식량을 제외한 곡식은 내다 팔 수밖에 없어서

비록 농토가 많은 가정이라 할지라도 보릿고개를 면하기 어려웠던 사정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이면 마당가 도랑 옆에서 누나와 여동생이 앉아 반달이 된 숟가락으로 

감자를 긁던 모습과 우물정자 기와집 안채 마당에 큰 멍석을 깔고 한편에 모깃불을 피운 채 머슴을 포함한 10여 명의 

가족이 모여 어머니가 밀어서 만든 칼국수와 감자를 먹던 저녁이 그림처럼 떠오른다. 모깃불의 매캐한 연기가 온 

마당을 휩쓰는 데도 모기의 공격은 왜 그리도 집요한지 음식을 먹는 일보다 모기를 쫓는데 더 신경을 쓰던 매캐한 저녁이었다.

 

철이 없어서 그랬겠지만 그때부터 나는 감자가 싫었다. 밭에서 갓 따온 옥수수는 먹을만했지만 감자는 왜 그리도

먹기 싫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는데 아마도 감자의 푸석한 식감이 싫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년시절의 감자에 대한 비호감은 그 이후 성인이 되어서도 여전하여 좀처럼 감자를 입에 대지 않고 살았다.

어쩌다 아내가 별미라며 아이들과 함께 감자 파티를 열 때도 나는 끝내 감자를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한두 개 정도 먹을 때가 있지만 별미라는 감자의 맛을 느낄 수 없어 먹는 둥 마는 둥 내려놓을

때가 믾았디. 마치 군대 시절 시큼한 콩나물국만 먹던 추억 때문에 사회에 나와서도 콩나물국을 먹지 않던 습성과도

연관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록 감자를 즐겨 먹는 식성은 아니지만 고향의 정서를 잊은 건 물론 아니다.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고향집 뒤에 있는

넓은 텃밭에서 하얗게 피던 감자꽃이 생각난다. 그때는 그 꽃이 그렇게 예쁜 꽃인 줄 몰랐는데 엊그제 산책로 옆

자투리땅에서 핀 감자꽃은 왜 그리도 예쁘던지, 마치 예전 소꿉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고마워서 한참을 들여다보다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추억을 위해서라도 그동안 외면하며 살았던 감자를 다시 보아야 하겠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아내에게 어제 사온 감자를 쪄달라고 부탁을 해야 되겠다. 그리고, 오랜만에 감자 찌는 냄새를

가슴으로 맡아보아야 하겠다.




 

댓글목록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자의 기억을 다정다감하게 풀어 내셨내요
어릴적 풍경들은 다 엇비슷한 것 같습니다 온 가족이 멍석에 앉아 생풀의 모기향을 쫓으며
감자를 먹던 기억이 오롯합니다 상상에는 강원도 어느 산골 같습니다만  한국의 산소통이라고들 하지요

저는 감자를 좋아하여 저녁은 거의 감자로 해결합니다 ㅎ
우유 한 잔에 감자 두개면 간단히 저녁식사로 좋은 것 같습니다

감자의 추억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재미있는 글 많이 써 주시길 바랍니다
편안한 하루 되시고,,,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새벽 일찍 일어나 계보몽 작가님의 귀한 댓글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의 글이 범상치 않아 그냥 읽기만 하고 댓글을 달 수 없음을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로서는 따르지 못할 작가님의 경지를 높이 흠모하고 있습니다.

작가님이 유추하시는 지역이 맞습니다. 강원도 깊은 산골이 제 고향입니다.
고향을 지키시던 형님 내외분이 작고하신 후 웅장하던 고가도 헐리고 지금은
아무도 없어서 잘 가지 못하지만 한 해 한 번씩 선산을 찾아 조상님들을 뵈올 뿐입니다.
인적이 드물던 그곳이  지금은 관광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더군요.

저는 지금도 감자를 잘 먹지 않습니다만 그 향수 만은 귀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석식을 거의 감자로 해결하던 유년의 추억이 아직도 지겨움으로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에 귀한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들향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자 하면 저희 어머니가 감사밭에서
금방 캔 감자를 쪄서 먹은 감자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같습니다
밭이 많지 않아서 많이는 아니지만 토지가 좋아서 인지
포실포실 한 감자가 맛이 좋았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기억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항상 보리밥만 먹고 자라서 외갓집에 가면
하얀 쌀밥에 조기 반찬이 최고의 반찬 입에 짝짝 붙었습니다
안산님은 강원도라서 옥수수 감자지만
저는 경상도라 보리밥만 먹었습니다 ㅋㅋ
안산님의 재미있는 글에 저도
지난 날을 기억해봅니다

안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농촌에서 자란 사람들의 유년시절 기억은 대동소이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춘궁기라는 말이 사라진 시대여서 실감하기 어렵지만 예전 이맘때는
보리나 감자 옥수수 등의 잡곡으로 끼니를 때우는 가정이 많았지요.
그래서 들향기 님 기억나 제 기억은 공통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영글지 못한 제 글에 이렇게 흔적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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