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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을 만든 사내와 기억을 팔아먹은 마을 - 풍자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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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25회 작성일 25-08-13 21:37

본문

달력을 만든 사내와 기억을 팔아먹은 마을

 

( “잊어야 할 것도 기록해놓고 살더라잉”)

 

길도령이
이번엔 **‘맞춤형 인생 달력’**을 만든다고 했제.

여 보슈!
당신 생일, 결혼기념일, 손주 돌잔치, 이혼날짜,
몽땅 표시된 달력 특별 제작!
게다가 과거 실수까지 체크해드립니다잉~”

사람들은 우르르 사댔제.

잊을까 봐 무서운디,
이젠 달력이 기록을 다 해주니 맘이 편하제잉~”

 

근디 문제는
달력 곳곳에 붙은 붉은 글씨.

작년 512시어머니한테 큰소리친 날
“68빚쟁이 들이닥친 날
“92혼자 울던 날 (소주 3)”

달력을 볼 때마다
지난 날의 찔림이 먼저 보였제.

 

내 인생이 전부
기억용 꼬리표가 돼불었네잉

 

사람들은 달력을 찢지 못하고
달력대로 살았제.

오늘은 작년에 싸운 날이니
조심해야제

어제는 내가 울던 날이었으니
오늘은 애써 웃어야제

그렇게 하다 보니
지금 이 순간
작년 그림자에 갇혀 살았제.

 

근디,
어느 아이의 책상에서
작은 공책 하나가 발견됐제.

맨 앞장엔
딱 이렇게 쓰여 있었제.

 

기억은 간직하는 게 아니라
가끔씩 비우는 거여잉.
꼭 껴안고 살믄,
내 등이 휘어불더라.

 

길도령은 달력을 접어 연을 만들었제.
하늘로 훨훨 날리며 말했제.

 

기억도 바람 타야 살고,
날려보내야 웃을 수 있다잉
안 그럼,
오늘은 매일 어제 속에 갇혀불제.”

 

지금 마루골 사람들은
달력 대신
빈 종이 한 장을 벽에 걸어놓고 살제.

그날 있었던 일은
밤에 조용히 접어 물에 띄우고
다음 날을
빈 마음으로 맞이한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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