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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전상서(前上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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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2회 작성일 26-03-0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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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전상서(前上書) 




해가 바뀌어 덩달아 두런거리던 새해 벽두가 잊은 기억처럼 가뭇하다. 무엇에 홀린 것처럼 끌려가는 세월이 바람에 구름처럼 빠르다. 벼랑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줄기 낡은 칡뿌리를 잡고 사는 듯한 생이 애처롭기 그지없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지만 곳곳에 비바람이 내리치고 날씨마져 얼씨년스러워 마음은 자꾸 이불속으로 파고들고 새벽이 떠난 가을처럼 스산하다. 늙은 세월은 무시로 이곳저곳이 삐걱거리고 자고 일어나면 통증이 이곳저곳을 날을 달리하며 사람을 괴롭히고 늙음을 재촉한다. 녹이 낀 구부러진 허리를 잡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 몸을 비틀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간밤에 쓸은 붉은 녹을 제거하고 나서야 일상으로 겨우 돌아온 몸을 이끌고 돌아와 식탁에 앉아 서울에서 딸아이가 보내준 음료 한잔을 마신다.


3월은 언제나 태극기 향기가 그윽한 독립만세의 달이다. 또 3월에는 봄풀처럼 파릇한 기미년 독립만세의 소리가 늘 귀에 쟁쟁하다. 파도처럼 홍수처럼 밀려 나온 백의의 물결에 피빛처럼 붉고새하얀 태극기의 물결을 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태극기를 펼쳐 보다 그때처럼 두루마기처럼 태극기를 어깨에 걸쳐 본다. 3.1절이니 마루를 건너 사랑채로 간다. 선반 위에 놓인 먼지 쌓인 태극기함을 내리고 깨끗한 수건으로 국기함을 조심스럽게 닦는다. 국기함을 열고 방바닥에 태극기를 좌악 펼친다. 건곤감리의 위치를 섬세히 확인하고 깃봉에다 섬섬옥수 끈을 묶는다. 깃대를 들고 휘이 휘둘러 보며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이는 동요를 생각하니 향기로운 아침이 미소롭다. 대문을 열고 깃대꽂이에 태극기를 다소곳이 꽂아 쓰다듬어 펼치는 아침이 상쾌하다.


1900년도 초 국가의 재정이 일본에 넘어가자 국민이 직접 나서서 나라 최초의 전국적 경제 자립운동이 일어 났다. 당시의 환란 속에 찰방공인 나의 증조께서 지역의 유림들과 함께 경주 국채 보상 위원회를 조직하고 재무의 중책을 맡아 활동을 하신 것이 후일 기록물에 의해 발견 되었다. 문헌에서 발견된 내용을 보면 일제의 침략에 대항한 자발적 경제자립 민족운동이 전국적으로 들불처럼 일어났었고 지역마다 뜻 있는 부호들이 모여 이 모임을 주도했던 것이었다. 이와 같은 민족운동은 일제의 서슬퍼런 감시의 대상이 되었고 이로 말미암아 고택 웅장했던 찰방공의 저택은 페허가 되었고 그 이후 초가 하나 달랑 남아 근근히 그 시절의 애환을 기억하고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21세기 초가 되어 종인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고택을 옛 기억을 쫓아 중창 되었고 그 후손이 섬처럼 고요한 고택을 오랜 대처생활을 접고 돌아 와 지키게 된 것이었다.


말을 타고 사근도 역참을 돌며 호령했다는 증조부, 아직도 말머리에 하인이 따라가며 들었던 양산대 하나가 사랑채에 뼈다귀만 앙상히 남아 흔적으로 기다리고 있다. 빛 바랜 敎旨도 종이함에서 세월을 눅눅히 숙성하고 있고 뜻 모를 고문서들이 주인을 기다리지만 대화의 절벽은 시대를 아프게 한다. 천지현황(天地玄黃) 우주홍황(宇宙洪荒) 하며 천자문 초보의 길을 가고 있는 초립동이의 세월은 벌써 황혼으로 가는데 제 몸 하나 못 가누는 세월이 안타깝기만 하다.


해마다 3월이 오면 새해보다 설 명절보다 다짐이 새싹보다 더욱 새파랗다. 고택 앞에 놓인 열선조께서 유산으로 남겨 주신 문화재들을 보며 추상 같은 다짐을 해 보지만 해가 갈 수록 그 생각이 퇴색 된다. 무심한 세월은 얼마 남지 않았고 허약한 체질을 돌보며 달래 보기도 하지만 모든 게 정해진 분수가 있어 그 것도 미덥지 않다. 분명 봄인데도 파릇한 물풀은 보이지 않고 서출지의 연못에는 물이 오히려 거무티티하다. 하긴 400년을 가두어 놓은 물이 맑기야 하겠냐마는 수 많은 이야기가 녹아 있는 연못가의 물풀이 파릇하게 피어 오르기를 기대해 보는 것이다. 우중충한 하늘에 난데 없는 까마귀떼가 을씨년 스럽다. 



댓글목록

초록별ys님의 댓글

profile_image 초록별y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태극기를 달고
주위를 보니
우리만 달랑 한 집
관심이 없는건지
형식치우고 마음으로만 묵념하는건지....

계보몽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태극기를 다셨다니 훌륭한 마음이십니다
우리 마을에도 태극기를 다는 집이 거의 없답니다
등산객들이 힐금힐금 쳐다보지만  긍지롭게 펼쳐 달았습니다

3월에도 늘 건안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초록별ys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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