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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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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계보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7회 작성일 26-03-07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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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승자




  내가 2달 전에 가입한 가족 같은 파크골프 모임이 하나 있다. 구성원이 모두 8명인데 언제든지 운동이 하고 싶으면  모여서 치자고 해서 번개팅이라는 요상한 이름표를 달고 올 정초에 출범했다. 80 초입의 남녀 고문이 각각 한 분씩 계시고 80턱걸이의 회장님이 한 분 계신다. 그리고 70중반의 부회장 두 분이 계시고 기획이사 한 분 경기이사 한 분이 계시는데 모두 70 중반이시다. 마지막으로 우리 번개팅 모임에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60중반의 꽃사슴(애칭)이라 부르는 한 분이 총무이시다. 그러니까 전 회원이 소위 감투를 쓴 특이한 모임이다. 회칙을 만든 경기이사의 변을 들어 보면 모두가 일심으로 회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각자 맡은 책임을 가지고 열심히 회를 위해 정성을 기우려 달라는 얘기고 우리가 앞으로 얼마나 운동을 할지도 모르니 열심히 참여해달라는 경기이사의 당부의 마음이 스며 있는 것이었다. 

  우리 모임의 유일한 60대인 총무의 애칭을 꽃사슴이라 불리는 연유는 이런 사연이 있다. 말이 꽃사슴이지 어엿한 한 집안의 시어머니자 할머님이신데 모임의 속내를 들여다 보면 다 위로 집안의 오빠 같고 언니 같은 분들이 주축인 모임이라 매사를 노인을 위한 봉사와 희생을 아끼지 않는 그녀이기도 해서 몇 번 번개모임을 하는중에 내가 농삼아 총무님은 우리 모임의 꽃사슴처럼 착하다고 애칭을 붙였더니 이제는 으례히 모두가 반색하며 부르는 호칭이 되어 버렸다. 이따금 꽃사슴님! 하고 부르면 보톡스를 맞았는지 번들거리는 두 볼이 실룩실룩하며 좋아라 웃음을 베문다.

  ​ 산정에 있는 방가로 안에 상을 놓고 빙 둘러 앉아서 따듯한 차 한 잔씩을 들며 경기이사가 오늘의 경기에 대해 설명을 한다. 4명씩 2조를 나누는데 한개조의 남녀가 한팀이 되어 경기를 하는 소위 포섬게임을 하자는 것이었다. 조를 나누고 뽑기로 팀을 만들다 보니 80넘은 고문 누님이 나와 한조가 되었다. 속으로 저 누님은 피했으면 좋겠다 했는데 항시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되더라. 왜냐하면 18홀을 3바퀴나 돌다 보면 만보 이상을 걸을텐데 과연 무리없이 라운딩을 할수 있을까하는 것이 걱정이 되었다. 뽑기 종이를 쥐고 먼산을 바라보는데 조금은 면구스러운 눈길을 보내는 누님의 눈을 보며 오히려 내가 속내를 들킨 것처럼 얼굴이 붉어진다.

  경기가 끝나갈 무렵 허약체질인 내가 게거품을 물고 무거운 다리를 질질 끌고 겨우겨우 공을 따라 다니는데 내가 우려했던 이 고문 누님은 어디서 저런 기력이 나오는지 절대 지치지 않는 걸음으로 꼿꼿이 앞서 간다. 오히려 오비라도 나면 나를 위로하고 다독거리며 화이팅 하며 앞서 걷는데 하이고! 처음 뽑기를 뽑고 편견을 가진 내 몰골이 생각할수록 볼썽사나워 차라리 외면하며 질질 끌려 다닌다. 초봄의 산바람이 더욱더 차가웠고 걸음은 천근같이 무거웠다.

  인생의 진정한 승자는 건강한 사람이다라고 정의하고 싶다. 70이 넘고 80이 넘어도 마음이 젊고 몸이 건강하면 인생의 승리자라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 쌓아온 부와 명에는 한갖 물거품 같은 것이라고 오늘 산정에서 절감한다. 고문 누님이 내 팔을 잡고 오늘 파트너가 너무 늙어서 재미 없었지요? 하며 저질체력을 조롱하듯 웃는다. 아뇨!아뇨! 하면서 오히려 제가 오늘 누님을 보고 많은 걸 느꼈습니다! 하며 무거운 꼬리를 내린다. 태어나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저세상 가는 길은 순서가 없다는 진리가 뒷통수를 때린다. 조그만 시상의 상품들을 나누고 산을 내려오는 창가의 나무들이 앙상하다. 골골백년이라 했지만 그렇게 살기보다는 그냥 건강하게 살다가 80중허리 부근에서 어느 날 문득 아스라한 벼랑에서 날개를 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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