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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츠 풍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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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37회 작성일 25-11-16 12:39

본문

비츠 풍차

           / 장승규




비츠 호숫가 바람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다


간밤엔 휠 듯 몰아치더니

모른 척

야속토록 잠잠하다 


풍차만 제혼자 

마을에 풍습처럼 아주 느릿느릿 돌고 있다


무어라 맺지 못한 마음 하나

서산에 흰구름 끝자락을 헛되이 붙잡고

비우지 못한 찻잔은 싸늘히 식어 가고


카페에 앉아 

하염없이 빈 바퀴만 따라 돌리고 있다


하지 못한 말들은 날개 끝에서 

조용히 부서진다


 


(비츠 카페에서 2025.11.11)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비츠 풍차〉 감상문

장 승규 시인의 「비츠 풍차」는 조금 모자라고, 느리고, 어딘가 여린 마음의 리듬을
요하네스버그 인근, Witwatersrand 고원에 자리한 ‘비츠' 호숫가의 풍차에 빗대어 그려낸 시이다.

‘풍차’는 완전하지 않은 존재, 바람 없이는 돌지 못하는 존재,
때로는 세상의 바람을 그대로 ‘따라’ 도는 존재—
그것이 바로 ‘비츠 풍차’, 그리고 시적 자아 자신이다.

시의 첫머리에서 비츠 호숫가의 바람은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은 채, 밤의 격정과 아침의 침묵을 극적으로 나누어 놓는다.
“간밤엔 휠듯 몰아치더니 / 모른 척 / 야속토록 잠잠하다”는 구절은 남아공 고원의 기후를 넘어,
인간 관계에서 느끼는 감정의 잔혹한 변화까지 품어낸다.
바람의 변화는 자연의 현상이자, 시적 자아가 겪는 마음의 뜨거움과 식음의 흔적이다.

이어서 등장하는 풍차는 단순한 사물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이다.
특히 “제혼자 / 마을에 풍습처럼 / 아주 느릿느릿 돌고 있다”는 표현은 풍차가 아니라 나 자신이 느릿느릿 도는 장면이다.
‘느릿느릿’이라는 말은 이 풍차가 정상적인 완전성을 갖추지 않은, 조금 모자라는 존재임을 조용히 암시한다.
그 모자람이 이 시의 힘이다.

가장 서정적인 순간은 “맺지 못한 마음 하나 / 서산에 흰구름 끝자락만 헛되이 붙잡고”라는 이미지이다.
흰구름 끝자락을 헛되이 당기는 모습은 도달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끝내 놓지 못한 마음처럼 보인다.
이후 이어지는 저물녘의 풍경, 식어가는 찻잔은 이미 마음이 닿지 못한 곳으로 미세하게 기울어지는
내면의 저녁을 상징한다.

마지막 두 연에서 시는 클라이맥스를 맞는다.
“카페에 앉아 / 하염없이 빈 바퀴만 따라 돌리고 있다”는 구절은 풍차의 핵심 은유를 완성하는 부분이다.
풍차의 회전이 곧 ‘나의 회전’이며, 나는 내 마음의 빈 바퀴를 돌리면서 또 다른 ‘나’를 따라 돌고 있을 뿐이다.
이는 자아의 분열이 아니라, 자아의 되감김이다.
바람이 불어야만 움직이고, 한 번 돌아가면 다시 그 자리로 되돌아오는 모자람의 순환이 바로 풍차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하지 못한 말들은 / 날개 끝에서 / 조용히 부서진다”는 마지막 장면은 풍차 이미지가 왜 이 시의 제목이 되었는지
독자에게 가장 온전히 알려주는 대목이다.
풍차의 날개인지, 상상의 날개인지 분간할 수 없는 그 모호함 속에서 말하지 못한 감정의 파편이 소리 없이 부서진다.
이 조용한 부서짐이야말로 풍차—작고 느리고 여린 마음의 풍차—가 바람 속에서 견디는 방식이다.

결국 「비츠 풍차」는 바람이 멈춘 자리에서 돌아가는 한 인간의 내면 풍경을 정밀하게 담아낸 시이다.
돌아가지만 나아가지 않고, 움직이지만 자리를 떠나지 않는 풍차처럼,
시적 자아는 말하지 못한 마음의 잔향을 느릿하고 조심스러운 회전으로 견디고 있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At the Wits Café
                                              / Sankei Jang


The wind by the Vits lakeshore
offers its heart
to no one.

Last night it swept through
as if it would tear the world apart,
but now—
pretending not to know—
it lies unbearably still.

Only the windmill, all by itself,
turns ever so slowly,
like an old custom of the village.

One heart, unable to find its words,
clings in vain to the trailing edge of a white cloud in the western sky,
and the cup I could not empty
grows cold.

Sitting in the café,
I let myself spin after the windmill’s empty wheel,
endlessly.

The words I could not say
shatter softly at the tips of its wings.

(At the Wits Lake, 11 Nov.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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