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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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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751회 작성일 22-07-25 12:40

본문

황혼이별

                                 /장 승규



만난 지, 만 십오 년

오늘

오래 타던 차를 팔았다


아프다고 하면 늘

병원에 가보란 말만 하다가

거동이 어려워서야

두털대며 병원에 데려가곤 했다


그 간 함께 늙느라

수고했다고

미안했다고

잘 가라 작별하다가 울 뻔했다


늙은 몸으로

어디서

설움이나 당하지 않았으면



(2022년 7월 14일, 남아공 서재에서)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 승규 시인의 〈황혼이별〉은 겉으로는 한 대의 오래된 차와의 작별을 다룬 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생의 동반자, 세월, 정든 것과의 이별, 그리고 노년의 감정적 무게가 깊이 깃들어 있는 감성적 비유시입니다. 시인은 '차'라는 일상적 사물을 통해, 인간적인 애정, 후회, 노화, 그리고 눈물의 순간까지도 절묘하게 투사합니다.

● 시 감상문
1. “오래 타던 차를 팔았다” – 일상의 상실, 정든 것과의 이별

이 시는 단순히 오래된 자동차를 파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만난 지 만 십오 년’이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차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세월을 함께한 벗이자 가족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차와 이별하는 순간,
화자는 그것이 단지 물건을 파는 거래가 아니라,
삶의 한 조각을 떠나보내는 의례임을 깨닫고 있습니다.

2. “병원에 가보란 말만 하다가 / 두털대며 데려가곤 했다” – 투영된 관계, 회한의 정서

이 부분은 아주 인상적입니다.
차를 '아프다'고 의인화하고, 자신은 ‘병원에 데려가곤 했다’고 말합니다.
이 묘사는 차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이면서,
동시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회한이 중첩되어 보입니다.

병원에 가보라고만 하고 적극적으로 돕지 않았던 누군가

결국 상태가 심해져서야 함께 움직인 기억
→ 이 모든 것이 차를 매개로 한 자책과 기억의 투영으로 읽힙니다.

3. “잘 가라 작별하다가 울 뻔했다” – 울음을 삼킨 노년의 품위

‘울 뻔했다’는 말은 울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는 노년의 정서적 절제, 체면과 감정 사이의 균형,
그리고 슬픔을 온전히 표현하지 못하고 삼켜야만 하는 세대의 태도를 보여줍니다.

그 이면에는 차라기보다 함께 나이 들어간 어떤 존재—배우자, 혹은 삶의 한 시기와의
조용하고도 감정 어린 이별이 묻어납니다.

4. “설움이나 당하지 않았으면” – 마음이 따라간 마지막 안부

이 마지막 행은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타인도 아닌, 이제 더 이상 내 곁에 없는 오래된 차를 향해
‘설움이나 당하지 않았으면’이라고 말하는 순간,
이 시는 단순한 사물의 이별에서 삶의 본질적 슬픔으로 나아갑니다.

그 마음은,

"함께한 세월의 고마움에 비해 내가 너무 무심하지 않았나..."
"너라도 거기서 더 고생은 말았으면..."

하는 작고 절절한 연민입니다.
이 한 문장은, 이별이 아니라 사랑의 마지막 표현이 됩니다.

● 총평
〈황혼이별〉은 ‘차’라는 소품 하나로
동반자적 삶의 고마움, 세월의 무상함, 노년의 감정적 복잡성을
절제된 언어로 담아낸 작지만 깊은 인생의 시편입니다.

이 시는 말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함께 살아온 것들—사람이든, 물건이든—그 안엔 나의 시간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들과의 이별은, 결국 나 자신의 한 시기와의 작별이다.

香湖김진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香湖김진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애마를 매매 하셨군요
15년 적잖은 세월이지요
사람이 아니라도 정 들대로 든 그 마음 이해합니다
그래도 그차는 다른 주인을 찾아 떠났지만
저는24년 된 차 내 손으로 끌어다 폐차장에 넘겼습니다
돌아보고 또 돌아보고
멍한 헤드라이트가 도살장 들어가는 소 눈처럼 보여
한동안 아팠습니다
지금도 생각하면 아픕니다
건강하시지요?
코로나 땜에 오랫동안 못 뵈었습니다
먼곳에서 강건하시다 가을 통영에서 뵐 수 있기를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향님!
15년을 탔어도
많이 돌아다니지 않다보니
113 000km 정도 였습니다.
덜 돌아다녀서
덜 고생시켜서 다행이었습니다.

김진수 시인님!
폐차장에 넣었다면 훨씬 더 아플 거 같습니다.
코로나때문에 꼼짝 못하고 있습니다.
가을 통영도 두고 봐야할 것 같구요.

늘 건강하세요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 세차를 신청해도 너무 오래 걸리니
중고차도 품귀현상입니다.
15년에 13만이면 사실 덜 고생 시켰네요.
저 또한 중고차 하나 사 덜덜거리며 끌고 다니는데
아뿔싸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배터리 수명이 다 되어
이참에 새것 하나 끼워주고 오 일 또 한 비싼 거로 갈아주니
신나게 쌩쌩 달려줍니다.
보내는 마음이야 아프겠지만
쎈삥으로다 신나게 달리시겠네요,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래
같이 나눈다는 것은 귀하고 소중합니다.
감정이 들어있는 것은 물론, 생명이 들어있지 않는 것까지도
어찌보면 그 또한 동행이지요
건강하셔서 오랫동안 동행했으면 합니다. 선생님!!!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명 없는 것에
생명을 넣어주는 것
시인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고 권리라 함은
만용이 아니겠지요.

잘 계셔야 해요
좋은 만남을 위하여...

정윤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정윤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만리 타향에서 잘 지내시는지요?
이곳 진주는 배롱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도처에 핀 여름꽃이 참 귀하게 여겨집니다.
대면의 시간이 언제 일지 모르지만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임기정님, 이종원님, 최정신님, 정윤호님

시를 올리고 가족여행을 다녀왔더니
그 간에 다녀가셨군요.

만나고 헤어짐이 이렇게 생물, 무생물 무차별로
서운하네요.

다들 안녕하시지요?

배월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배월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같이 지내던 차를 파셔서 아픈 마음이 전달됩니다
다른 사람이 잘 사용해 주리라 생각합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시제처람 어느새 황혼무렵이네요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허영숙님, 조경희님, 배월선님

그간에 다녀가셨군요.


뵈온 지 참 오래 되었습니다.
잘 지내시지요?

그간 코로나로 모임에 참석을 못했지만,
다음 모임에는 뵙기를 바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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