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꽃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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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비화 / 허영숙
박 씨의 농장에는 개가 네 마리 있다
암컷 한 마리에 수컷 두 마리
술 먹으면 개만도 못해 아내에게 개취급 받는 박 씨까지
수컷 한 마리는 과묵하지만 한번 덤비면 진짜 개 같은데
개소리만 크지 개 같지 않은 놈도 있어
개 같은 놈 눈치 바깥을 맴돌기만 하다가
암내를 맡으려고 할 때만큼은
개 같지 않은 놈도 개 같은 놈에게 달려들곤 했다
그래도 생일이라
동동주로 남편을 또 개로 만든 아내
거르고 난 술지게미가 아까워
개 같거나 개 같지 않거나 개는 개니까
개들에게 골고루 나눠 준 것이 問題
취한 수컷 두 마리가 앙칼지게 물어뜯고
싸우다가, 개 같은 놈은 지쳐 잠들고
개 같지 않은 놈은 비틀비틀
높이가 있는 도랑에 떨어져 피 흘리며 기절한 것이 答
비몽사몽 취해 개보다 더 개가 된 박씨
개가 죽은 줄 알고
그만,
구덩이에 개를 파고 산을 묻어버리고
취한 뒷산은 도라지꽃을 울컥울컥 뱉어내고
댓글목록
허영숙님의 댓글
요즘 바쁜 일들이 많아
시집 속의 시로 동인들께 안부 전합니다
얼마나 깊은 가을을 주려고 이리 더운지요
건강관리 잘 하십시오
활연님의 댓글
【감상】
시인을 알고 시를 읽으면 즐거울 때가 있다. 예전엔 겉으로 보기엔 새침한 것 같았는데 딸아이 시집 보내고, 곧 할머니도 될 것이라서, 요즘 만나면, 어느 한편으론 투사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시는 시인의 성격 바깥으로 돌출한 경우가 드문데, 좀 낯설게 개,를 엄청 풀어 놓은 개판 오분 전 한 편을 읽는다. 갑장끼리는 아무것도 안해!가 우리의 인사법이지만, 친절하고 야무지고 싹싹하다.
이 시인의 시는 크게 과장이 없다. 오래된 내공으로 찬찬하게 세밀하게 관찰하고 쉬운 언술로 깊이 있는 시를 적는 시인이다. 시인이 젊게 사는 방법은 젊은 시를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뭐 이런 식으로 간단히, 아는 척하며 광을 팔았는데 독자들이 무척 즐거워했습니다.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후한 점수를 주시니 이 또한 갑장의 인사법이라
생각하며... 가을 모임에 콜라 한 잔 드리지요
서피랑님의 댓글
죽은 줄 알고
구덩이에 개를 파고 산에 묻어버리고,
선배님한터 이렇게 낯설고 대담한 시의 근육이 있는지
예전엔 미처 몰라뵈서 죄송,
멋졌습니다. ^^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명윤님의 맛 좋은 시
따라 쓰고 싶네요 ^^
임기정님의 댓글
아흐~
천만다행
저 아시죠 딱 끊은거
딸꾹.
맛깔나게 그려 주셔서
부채질 할 틈도 없이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허영숙 시인님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인사는 드려야 겠고 요즘 쓴 시도 없고
그래서 시집속의 시로 인사차... ^^ 부회장님
성영희님의 댓글
개 소리만 크지 개 같지 않은 놈...
술을 핑계삼아 괜한 객기를 부리는
순진?한 개들도 많지요.
이런 시도 쓰시다니 화끈하시네요.
역시 멋져요. 허영숙 시인님^^
허영숙님의 댓글의 댓글
성시인님,
동인방을 위해 글 자주 좀 올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