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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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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1,175회 작성일 18-11-22 07:44

본문

아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          이 종원

 

 

 


 

K 선생은 난생처음 이발소 아닌

미용실에서 꽃단장에 분주하다

분을 바르는 사이 디뎌온 발자국을 세는지

입술이 꿈틀거린다

어깨로 날아온 나비 목을 감으면

향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꽃술을 더듬는 사이

내일이면 맞지 않는 정장을 벗고

평상복에 단추를 풀어헤친 사투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벌써 구레나룻 다듬는 가위질 소리가

분필로 그리던 칠판을 가져오는데

쓰고 지웠던 지식형 글자들은 분말이 되어 떠나간다

기억 아니라 가슴에 녹아있기를

손가락 끝으로 명치 끝까지 짚어본다

통점이 있었는지 눈물이 끌려 나오고

한 점 그늘은 양의 숫자를 거꾸로 세기 시작한다

시간이 되었다

처음 단위에 섰던 청춘이 단풍을 지나고

낙엽에 이르러 시간이 멈춘다

나레이션이 이력을 읽는 동안

축하의 꽃이 다발로 피어나고

방청석에 향기가 활짝 피어난다

오래 쉬지 않고 걸어온 길 35만 킬로

계산할 수 없는 이름과 명패로

진흙 고랑 같은 주름도 쉬이 걷어내지 못한다

길에서 내려설 때 뒤쫓아오는 냄새

젖은 나무 타는 소리처럼 아프다

 


댓글목록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머리나 깎는 손님이라고 쉽게 읽어 내려갔다간 그만
행간에 오롯한  눈빛을 모르고 지나가겠습니다.,
35만 킬로,라...
지나온 시간을 거리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네요.
좋은 시에 비해 시제가 좀 싱거운 느낌은 있습니다.^^;;
요즘 보여주시는 시마다 제대로 향이 배여있는 듯,.좋네요.
잘 감상했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한 친구가 지난 번에 학교 강단에서 정년같은 퇴임을 했습니다. 그와 시간을 나누면서 35년간 그의 행간에 담긴 회한을 써보고자 했는데
많이 울퉁불퉁하네요.. 이 시인님 처럼 퇴고할 때 애써 보겠습니다. 늘 조언 주시니 제 여백이 채워져갑니다. 고맙습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직장에서 정년퇴직 한다는게
보통 힘든일이 아닌데
고생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저 역시 한 직장에서 20여년 넘게 다녔는데
퇴사하고 나니 그 일 외 아는게 아무 것도 없더라고요
시 잘 읽었습니다 이종원 시인님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으로 좋은 친구요 성실한 친구인데...막상 나이에 밀려 정든 자리를 떠난다고 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합니다. 잠시 말문이 멈춘 자리에서 같이
말을 끊을 수 밖에 없었는데...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서.... 고맙습니다. 저기님!!!

성영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 우직하고 성실한 친구를 두셨네요.
정년은 이별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죠.
무르익은 인생의 정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길이
어떤 길이든 안정적이고 설레는 출발이길 기원드립니다.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이 행간마다 그윽하네요^^

이종원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친구는 새로운 길을 시작하려고 공부하고 공부한 것을 현실에 접목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향기 가득한 꽃이 그의 새로운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그의 인생 후반도 꽃처럼 향기롭고 아름답게 피어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시인님 건강이 꽃처럼 활짝 피어오르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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