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는 귀가 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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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는 귀가 밝아
성영희
폭염 속으로 계곡이 몰려온다
밤 깊어 잠결로 들어온 물소리는
발끝에 첨벙거리는 구름을 데려왔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한 물길로
합쳐지는 소리를 데려왔다
물의 본거지는 얼마나 고요한 곳이기에
쉬지 않고 쏟아지는 소리들을 흘러 보내나
머리맡을 지키던 별들도
새벽에야 이불을 말아 자리를 떴다
물의 순서가 뒤집힌 지난밤
어느 악몽에 떠내려 온 신발인지
다 헤진 구두 한 짝
계곡을 가로질러 돌멩이에 걸려 있다
먼 마을의 남자가
낯선 물길까지 찾아와 길을 놓쳤다는 이야기가
퉁퉁 불어 이름마저 놓친다
후두둑후두둑 새벽 비 돋는 소리
물소리는 귀가 밝아
청력으로 범람한다
어떤 소리가 저렇게 무성해져서
저희들끼리 입을 만드는가,
흐르는 물에 발을 넣어 보면 여름이 차다
문득 잠에서 깨면
조금씩 새어 든 물이 요의를 일으킨다
2017 소금시 < 귀 > 시와 소금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첫 행부터 저를 끌어당기는가 싶더니
마지막까지 숨 가쁘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시가 간이 맞아 맛싯따 로
주말 잘보내시고요
허영숙님의 댓글
그러게요 물의 본거지는 어디일까
이 시를 읽으면서 생각해봅니다
참 좋은 시는 읽고나면 흐뭇해지곤 한답니다
가을처럼 이쁘게 나이드는 성시인님
반가웠어요~
최정신님의 댓글
성시인의 글감에선 고요 속에 잠긴 소란이 우뚝하단...
서술은 쉽게, 사유는 깊게,
시인의 가을은 또 얼마나 멋진 시가 잉태되고 있을까?
이명윤님의 댓글
내공이 깊은 작품 잘 읽고 갑니다, 건필하십시오~
문정완님의 댓글
늘 깊은 사색을 통한 시선과 발견에 입을 벌리고 갑니다 건강하소 항상.
이종원님의 댓글
성시인님의 귀가 밝아 물의 그 깊은 소리를 듣는 것 같습니다.
저도 조금 귀 기울여보지만 간헐적으로 버퍼링이 심해서 잘 연결이 안되던데.....
많이 읽다보면 제 귀도 열리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