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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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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박커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9건 조회 893회 작성일 17-12-21 11:01

본문

발굴

 

 

 

타임캡슐에는 반공엑기스와 자장면을 만드는 매뉴얼도 들어있었다 자장면을 먹을 때 꺾은 나무젓가락 소리가 꼬르륵 소리 보다 더 침이 솟는 이유는 젓가락도 미각이 있는 탓이라고 새빨갛게 적혀있다 미래의 음식은 눈으로 먹거나 코로 먹을 것 같다는 추신과 함께 거대한 이념이 흘렀다 허리를 굴속에 반 쯤 묻고 캡슐의 단면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의 표정이 모눈종이에 담기고 있다 켜켜이 쌓인 땅굴의 내력에 허기가 군침을 삼켰다 채 썬 오이와 찐 달걀 반쪽이 언제부턴지 보이지가 않는다 모두가 뱃속을 분묘로 받아들이듯 체념한 채 기름지게 점심을 넘겼다 소화불량이 찾아온 밤은 시체처럼 누워 반공스럽게 배꼽을 쓸었다 이렇게 죽어 온전히 후손들에게 전해질 불온한 뼈들을 상상하면 미안했다 층층이 박힌 뼈들의 잔해가 노란바구니에 담길 때마다 통신보안 통신보안 언제나 노란색은 경고, 노란 리본을 단 채 불면 속에서 꿈을 꾸다 일을 끝낸 사람들이 속속들이 제 굴을 찾아 깊은 동면에 들거나 동면중일 또 다른 굴을 찾아 의미심장한 짐을 쌌다 너도나도 다른 초 다른 분으로 시간의 계단을 오르내렸다 꿈속에선 보수였으면 할 때와 진보였으면 할 때가 있다 육식과 초식의 기로에서 잠들었을 저 거대한 동면, 캡슐 안에는 민주주의가 이식되어 사람들의 두려움을 부추겼다 일 년 동안 꼼짝없이 지층의 문이 열리는 걸 지켜보며 꿈이 과거와 미래의 문이라는 걸 알았다 반공에 길들여진 티라노사우루스가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댓글목록

장남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남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카스님

그 타임캡슐 열어보셨죠?
충주에 그 일은
그 당시 타임캡슐에 함께 묻었었는데. ㅎ

한 참을 들어갔다가
관통하고 있는 주제를 찾아서 헤매다가
이제사 나옵니다
돌아나오는 길도 무지 찾기가 어려웠어요.

잘 감상했습니다

문정완님의 댓글

profile_image 문정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느 시대나 시대의 유물관은 있기 마련이죠 이념의 갈등은 언제나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저는 시인이 시대의  어두운 한 부분을 함께 하는 의식이 존경스럽습니다.

한 편 잘 감상하고 읽었습니다. 시의 내용을 떠나서 시는 발굴이다 생각합니다

金富會님의 댓글

profile_image 金富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 선생은...늘 시를....
연구하고. 짓고...마치 농사일 하는 사람처럼....
화가처럼...
구상하고 만들고..채색하고.....
작품 잘 감상하고 갑니다.
내년엔 좀 더 많은 행복의 줄기 캐길.....

최정신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정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 한 편은 할 말이 엄청 많이 담겨...
어느날 온 밤을 지새워도 좋겠네요
개인적으로 가로의 서술을 안 즐기는 편이지만
사물에 생명을 불어 넣은 발굴은 여러번 눈길을
빼앗는 군요...굿 시,

이명윤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명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이기느냐, 내가 이기느냐,
열정이 느껴집니다...
발굴된 감성을 한 자리에 가지런히 놓으면
분명 근접할 수 없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성영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를 발굴하는 노력이 타임캡슐 안에서 숙성되어
판도라 상자처럼 열릴 날을 기대해 봅니다.
시에게로 이어진 부단한 걸음, 늘 응원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는 수박이라서 붉은 것과는 표면적으로 안 친하지요.
말 좀 하면 빨강이 되고,
새벽종은 오래도록 이명에 시달리게 하고
세상엔 두 가지 색으로만 되어 있다는 사람도 있겠는데,
사회를 빨강이라는 주의도,
자본은 소수를 위한 특권이라는 생각도,
검은 땅에서 굶어죽는 아이의 눈으로 보자면 다
허망한 것일 텐데. 우리는 0, 1로 구성된 기계어로
세상을 인식하는 건 아닌지.
세상을 밀고나가는 진보적인 힘을 보수할 필요가 있다,
라는 생각도 들고, 유리병 속에 활자를 넣고
흔들다 두면, 투명하고 이내 말갛게 될 것 같은데.
시간의 회모리 같은 시.

허영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허영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캡술안의 민주주의는 발굴되어 열린 것이 맞을까요
보수이건 진보이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글 자주 볼 수 있어 좋습니다
내년에는 그동안 묻어 두었던 꿈들 이루시기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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