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를 옮겨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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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를 옮겨 피다
성영희
성영희
해안가 흘러내리다 굳은 절벽
가라앉으면서 쌓인다는 모순의 지층을 본다
딱딱하게 굳은 수 세기 전 시간들
청잣빛 물결 층층이 잠언이다
언젠가 물이 흘러들어와
휘몰아치다 새어나간 흔적
와류였는지 짐승의 울음이었는지
절멸하듯 깎아지른 절벽
고고학자들은
몇 센티 줄자로 수만 년 전의 생몰을 연대하지만
화석은 발견되는 순간 수 세기를 이동한다
움푹 파인 발자국
알을 낳아 놓고 물가를 거닐었을 짐승이 재빨리
제 울음을 묻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찰칵찰칵 찍힌다
꽃들은 연대를 따지지 않는다
지층 사이 애기똥풀 꽃
바람조차 스밀 수 없는 돌 틈을
아무렇지 않게 옮겨 다니며 핀다
가장 최근의 풀꽃 연대기에서
누군가 뛰어내렸다
웅성거리는 소리들, 퇴적 중이다
2017 <시와 소금> 여름호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지층을 보면서 감탄한 적 있었습니다
오늘 시 읽으면서 또한 그 날 보았던
층층이 쌓였던 퇴적층의 절묘함을
또한번 상기합니다
귀한시 잘 읽었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우우, 신음인지 감탄인지 영탄인지
저는 이런 시선이면 오래 캄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의 화석 같은,
공룡이 돌에 찍어 놓은 발자국 같은,
익룡이 허공에 칠해 놓은 날개흔(痕) 같은,
성영희.님의 댓글
후한 말씀 놓아 주신
임기정 시인님
활연 시인님 고맙습니다
달아 주신 날개로
오늘 밤엔 수 천년 전으로 날아가
먼 바닷가라도 거닐다 오겠습니다.
편안한 꿈길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