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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이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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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078회 작성일 17-06-16 21:36

본문

창문이 발끈,

 

성영희

 

 

창문에 발끈, 불빛이 들어간다

저녁의 불빛들은 모두 창문이 된다

커튼을 치면 안쪽의 의중이 되고

걷으면 대답이 되는 바깥

 

집의 주인은 그러니까 창문의 불빛이다

모든 외출은 캄캄하므로

불빛 없는 창문은 사람이 꺼진 것이다

여름 창문에는 여름의 영혼이 있어

날벌레들이 기웃거리고

겨울 창문에는 서리는 것들이 있어

찬바람이 기웃거린다

기웃거린 기억과 내다본 기억으로 분주한 창문

 

오래전에 기웃거렸던 창문 하나를 우연히 찾았을 때

여전히 불을 밝히고 있다면

커튼이 걷히고 발끈,

옛 그림자 하나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면

 

창을 갖는다는 것은 언제든지

나를 잠그거나 열 수 있는 은밀한

고리 하나를 가졌다는 것이다

유리창 하나로 바깥에 있는 나를 안쪽에 들여놓고

기름진 저녁을 먹는 동안

수많은 실루엣은 바깥을 서성인다

 

불 밝히지 않고 있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날벌레의 기억이었던가

바람의 틈이었던가

생각하면 여전히 발끈, 치솟는

뜨듯한 기억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또한 창문을 여니 너무 세게 연다고 발끈하더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창 밖으로 바라보는 풍경
가끔은 횅재할때도 있더군요
잘 읽었습니다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창문이 있다는 것, 그것으로 실루엣이든지, 그 안의 속삭임이라든지, 그리고 들어가지 못한 아쉬움에 대하여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우리 마음의 창도 가끔씩이라도 발끈 열어 기다리는 것들에게 나누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소쉬르가 파롤과 랑그,
어쩌고를 때려치우고 여기 와서 절할 것 같습니다.
기호들이 동적이고 낯설어
신선들이 한적하게 바둑돌이나 놓고 있는 무릉에 닿은 듯.
안팎을 단단히 조여서, 그림자무늬를
치솟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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