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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장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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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085회 작성일 17-06-16 21:39

본문

   연장의 공식


 성영희

 

 

무쇠들, 화덕 앞에 몰려 있다

강한 것 같지만 연하고 푸르스름한 살을 가지고 있는 쇠

잘 벼린 낫 날은 무쇠의 가장 깊은 살이다

뼈가 살을 베는 것은 본 적 없으나

살은 살을 벨 수 있는 것

투박한 모루에 불꽃으로 상기되는 소리들이 박혀 있다

연약한 속을 끄집어내는 불꽃과

두드릴수록 가늘어지는 비명들

펄펄 끓는 불의 의중에 따라 길들여진 것이

연장의 모양이라면

불꽃은 가늘고 긴 계절을 불러내는 혀다

 

불의 뼈를 두드리는 사내가 있다. 창을 열 면 가까이 와 있는 국적 없는 별들, 낮 동안 쏘아 올린 불꽃 중 어느 하나는 아주 먼 곳까지 튀었을 것 같다

 

자루하나 끼우면

끼니가 되거나 공사가 되기도 하는 쇠의 근성

쟁기질을 하는 사람과 칼을 휘두르는 사람은 모두

뜨거운 손잡이를 쥐고 있는 것이다

검은빛을 다 버린 다음에야

다시 번쩍거리는 연장의 공식


날아가지 않고 부리로 들어가서

뼈가 되는 불꽃들

어린 새 한 마리가 푸른 불꽃 속에서 파닥거린다

2017  < 시와 소금 >  여름호

댓글목록

이종원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종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불의 뼈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시의 뼈를 다루셨습니다
읽다보니 그 풀부질속 불의 춤에 빨려들어가는 듯한,,, 강한 회오리가 있습니다
흩어지 실의 더미 속에서 잔잔하게 스토리가 풀려 하나의 털실뭉치가 만들어진 것처럼, 그 실을 뽑아서
주옥같은 옷 한장을 만든 것처럼.. 그 불의 냄새가, 시의 냄새가 한참동안 강렬합니다.

활연님의 댓글

profile_image 활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폭들이 이 시를 읽으면 삽시간 영혼이 순진무구해질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잘 벼른 단단함이 무르게 심금을 베는 듯한,
그래서 오래 맴돌게 됩니다. 관념에서 시를 구하지 않고
뜨거운 현장을 응시하며 시를 떠올렸을 거인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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