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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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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성영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321회 작성일 25-06-14 11:04

본문

좁교


성영희



오색 깃발을 지나면서 꽃길이려니 했다
번식은 빈번한 실족이려니 했다
설산이 아래로만 흐르는 짐승이라면
마을의 호흡으로 태어난 좁교는 무더운 짐승이다
한 마리의 냉온을 분리해서 만든 짐꾼들
히말라야 쿰부에 가면 궁극을 타전하는 동물이 있다
태생(胎生)이라는 것이 때로
난생(卵生)이나 화생(化生)보다도 비루해서
번식의 본능마저 거세당한 당초의 멍에는
평생의 굴레다

흔들리는 다리 펄럭이는 룽다*
바람 소리 말고는 그 어떤 소리도 태우지 않는 바람의 말
발굽 소리만 요란하게 협곡을 내달릴 뿐
형체는 세상 밖으로 날아간다

등에는 오로지 짐,
허공 한번 치받지 못하는 측은한 뿔
설산은 매일의 고행이려니 했다

사람의 숨소리로 살구꽃 피고 지는 마을
살구나무 아래 좁교가 꿈속이려니 쉰다




* 티베트 사람들이 가족의 안녕과 소망을 적은 오색 깃발



ㅡ 귀로 산다 , 실천문학사, 2019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좁교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험한 협곡을 오르내리는
참으로 슬픈지만 슬픔조차 표현 못 하는
동물이지요
시 읽는 내내 가슴을 아렸습니다
잉글랜드 불독 역시
인간이 만든 초라한 복제품이지요
우리 부리바는 잘 있는데
시인님 잉불은 잘 있나요.
귀환 시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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