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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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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451회 작성일 25-02-03 14:15

본문

눈사람

 

이명윤

 

 


없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말이 없는 사람

이해하지 않아도 되고

바람이 불어오는 먼 곳에 있는 사람

 

하나,

숫자와 숫자 사이로 사라지더니

눈이 마주치자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던 사람

 

흰 눈이 내리고 우리는 신이 나서

없는 사람을 만들고

없는 사람 모르게 웃었습니다

 

없는 사람이 가끔 멀리서

우리의 세계를 바라볼 때 그는 마치

마술에 걸린 사람 같았습니다

 

그날 옥상에 서 있던

없는 사람이 만드는 날씨,

없는 사람이 홀로 부르던 노래,

 

영화가 끝나자 사람들은

세상이 다 끝난 것처럼 한동안 검고 흰 허공을 보다가

빈 팝콘 박스를 들고 뿔뿔이 흩어졌지만나는

 

아이들 어깨 너머로 천천히

얼굴과 심장이 흘러내리며 비로소 웃던

없는 사람을 생각합니다

 

없는 사람이 끝까지 보고 있던 것이

사람이라는 생각도

이 어둡고 쓸쓸한

영화관 복도를 지나면

곧 마주칠 햇살에 금방 녹아 버릴 테고

 

그렇게 없는 사람은

처음부터 세상에 없었던 사람으로

눈부시게 완성되는 것이겠지요

 

 

-시집 이것은 농담에 가깝습니다   (걷는사람 , 2024)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이 입춘이라지요.

눈이 녹으면 봄이 된다지요.
누군가 눈이 녹으면, 녹내장이 된다고 해서 웃었답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임기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임기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명윤 시인님
눈사람 참 재미있게 표현해 주셨네요
예 맞습니다
없는 사람을 겨울이면
꼭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 둔갑시키니까요

회장님 댓글 읽고 한참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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