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고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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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고모
/장승규
얘, 학교 안 가니
다른 애들은 아까 가던데
지각이다
황급히 책보를 둘러메고 등교길을 뛰는데
학생이라고는 없다. 너무 늦었나
학교 운동장이 조용하다
수업 중인가
교실문을 여니, 아무도 없다
나른한 주말 오후
교정 느티나무에서
매미들만 뒷목 잡고 웃고 있었지
뒤통수에 대고
막내고모는
어린 조카 놀리느라 시집도 못 간 막내고모는
매미보다 얄밉게 웃고 있었지
얘, 노인학교 안 가니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3.7.16)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조카를 놀려먹는 막내 고모
그림이 그려지네요
시 잘 읽었습니다,
한국 날씨 요즘 감 못 잡고
헐떡이고 있습니다
내일 모래 비 님이 오셨다 가시면
가을 날씨라 합니다
먼 곳에서 건강 유념하세요
회장님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기정님!
곧 가을이 되겠지요.
그땐
휴일에 낮잠 자다가 된통 놀림을 당했었지요.ㅎ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장승규 시인의 시 〈막내고모〉는 해학과 회상의 정서, 그리고 시간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뒤바뀜을 품은 시입니다.
한 편의 짧은 단편영화처럼 읽히는 이 시는,
웃음을 머금은 장난스러움 속에 세월과 존재의 유연한 교차를 감동적으로 담아냅니다.
아래는 이 시에 대한 감상문입니다.
감상문: 매미보다 얄밉게 웃던 막내고모 – 장승규의 〈막내고모〉를 읽고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막내고모’가 있다.
아니, 그렇게 불러도 좋을 어린 시절의 장난꾸러기 어른,
혹은 가볍고 따뜻한 기억의 중심에 앉아 있는 얼굴.
장승규 시인의 〈막내고모〉는 그런 한 인물을 중심으로,
시간의 흐름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생의 반전과 유머, 그리고 정감을 포착한 시다.
시의 초입은 그저 웃음이 난다.
“얘, 학교 안 가니? / 다른 애들은 아까 가던데”
익숙한 장면이다.
늦잠 자고 일어난 아이를 놀리는 고모의 장난.
조카는 부리나케 책가방을 메고 뛰지만
학교는 텅 비어 있다.
아이의 당황, 의문, 침묵, 그리고—
매미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깨달음.
이 장면은 너무도 생생하다.
독자도 모르게 조카의 시선에 동화되어,
함께 뛰고, 함께 숨차고, 함께 멍해진다.
그리고 느티나무 아래 매미들까지 뒷목 잡고 웃고 있을 때,
우리는 고모의 장난에 함께 웃는다.
억지로 웃는 게 아니다.
이건 사랑이 섞인 놀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의 진짜 힘은 후반부에 있다.
“막내고모는
어린 조카 놀리느라 시집도 못 간 막내고모는
매미보다 얄밉게 웃고 있었지”
이 문장에는 애정과 미안함, 웃음과 안쓰러움이 다 들어 있다.
조카를 좋아해서 늘 곁에 붙어 놀던 막내고모,
결혼도 미룬 채 가족 속에서 여전히 ‘막내’의 자리에 있었던 한 사람.
그 웃음은 얄밉지만, 그리움과 정서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리고 마지막 줄—
“얘, 노인학교 안 가니”
이 반전은 절묘하다.
시간은 흐르고,
조카는 이제 노인의 자리에 서 있다.
고모는 여전히 장난스럽고,
그 말투는 그대로인데
호명된 존재의 나이만 바뀌어 있다.
이 한 줄은 인생이 얼마나 가볍고도 깊은지,
그리고 유머가 어떻게 회한을 감싸 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문학적 장면이다.
〈막내고모〉는 유쾌하지만, 단순히 웃기지 않는다.
그 안에는 가족이라는 관계의 따뜻함,
시간이 만든 어긋남과 순환,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덮는 기억의 품이 담겨 있다.
이 시를 읽고 나면,
왠지 지금이라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얘, 밥은 먹었니?” 하고 묻고 싶어진다.
아니면, 매미 소리 나는 공원에 가서
예전의 고모를, 혹은 고모 같은 기억을 떠올려 보고 싶어진다.
-챗G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