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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
들오리 한 쌍
뒤뚱뒤뚱 여름 논길을 간다
앞서다 뒤서다
둘이 걷는
이 길은 어디까지일까
한 모금 잔고도 나눠마시며
목마른 사막도
아득한 사암절벽 위도 지나왔으니
온 길은 멀어서 돌아갈 수 없고
이 길에선
궁금도 늘어나는 게 죄인 줄 안다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은 또 얼마나 길까
한 생은 짧아서 지름길이 필요 없고
늦은 오후
궁금도 뒤뚱뒤뚱 여름 논길을 따라 걷는다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4.06.21)
댓글목록
임기정님의 댓글
다른 길은 몰라도
생의 지름길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의 동네에도 심학산 둘레길이 있습니다
생은 아니더라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걷고 있습니다
회장님 귀한 시 잘 읽었습니다
편안한 하루 맞이하십시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기정님!
다녀가셨군요.
감사합니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장승규 시인의 시 〈둘레길〉은 짧은 장면 속에 동행과 생, 고독과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철학적 성찰을 담담하게 그려낸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한 쌍의 들오리를 따라가는 시인의 시선은, 어느덧 자신의 삶의 궤적과 그 끝의 고요함으로 향합니다.
아래는 이 시에 대한 감상문입니다.
감상문: 길은 짧고 생은 멀다 – 장승규의 〈둘레길〉을 읽고
‘들오리 한 쌍 / 뒤뚱뒤뚱 여름 논길을 간다’
시인은 장면 하나로 이 시의 중심을 만들어낸다.
한 쌍의 오리가 앞서고 뒤서며 걷는 모습은 귀엽고 평화롭다.
그러나 시인의 시선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서 그 속의 인생을, 동행을, 그리고 생의 리듬을 바라본다.
“둘이 걷는 이 길은 어디까지일까”
이 질문은 들오리에게 던지는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에게, 혹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함께 걷는 누군가가 있다 해도,
삶의 길은 결국 답을 알 수 없는, 그러나 걸어야 하는 여정임을 암시한다.
시인은 이어서, 그 여정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고 고백한다.
“한 모금 잔고도 나눠마시며 / 목마른 사막도 / 아득한 사암절벽 위도 지나왔으니”
이 구절은 삶의 고단함과 함께 버텨온 동행의 기억을 시적으로 풀어낸 부분이다.
함께 나눈 물, 견뎌낸 메마름, 넘은 벼랑—이 모든 것이
**그저 함께 걸어온 ‘길’이 아니라, 함께 살아낸 ‘인생’**이다.
그렇기에 “온 길은 멀어서 돌아갈 수 없다.”
돌아감은 선택이 아니라 불가능이다.
이 문장은 시간에 대한 인식이자, 삶의 방향에 대한 단호한 인식이다.
과거는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지나오는 곳일 뿐이다.
후반부에서 시인은 ‘궁금’이라는 감정을 조심스레 꺼낸다.
“이 길에선 / 궁금도 늘어나는 게 죄인 줄 안다”
여기서 ‘궁금’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혹은 설렘이다.
그러나 너무 많은 질문은 오히려 걸음을 더디게 하고, 외로움을 부추긴다.
“혼자 걸어야 하는 길은 또 얼마나 길까”
이 구절에 이르면, 시인은 들오리의 동행을 넘어
**언젠가는 혼자 걷게 될 ‘사람의 길’**에 대해 조용히 사유하고 있다.
그리고 나지막이 덧붙인다.
“한 생은 짧아서 지름길이 필요 없고”
삶은 짧다.
그러나 그 짧은 삶조차 성급히 뛰어넘을 수 없으며, 건너뛸 수 없는 여정이다.
지름길이 없다는 건, 결국 자신의 걸음으로 끝까지 걸어야 한다는 삶의 선언이다.
그리고 마지막 구절.
“늦은 오후 / 궁금도 뒤뚱뒤뚱 여름 논길을 따라 걷는다”
이 한 줄이 전하는 여운은 깊다.
들오리만이 걷고 있는 게 아니다.
궁금함도, 외로움도, 남은 길도 함께 걷고 있다.
〈둘레길〉은 인생의 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조용한 위로다.
동행이 있어 고맙고,
혼자가 되어도 그 길이 의미 있기를 바라는 시인의 염원이 느껴진다.
우리는 모두 여름 논길 어귀에서
뒤뚱거리며,
자신의 인생을 천천히 걷고 있다.
-챗GP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