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숫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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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숫가에서
/장 승규
늙은 수양버들이
뿌리 몇은 이미 물에 잠겼는데도
제 그림자를 자꾸만 물에 담가
호수는
가장자리가 촉촉한 것이다
물결이 조심스레 밀어내는데도
그림자는
차라리 그 위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잔가지 하나라도 물에 닿을까
호수는
연신 몸을 낮추고 있었던 것인데
아무것도 모르면서
수양버들은
오늘도 자꾸만 더 몸을 굽혀
호수는
나날이 말라가는 것인데
(CCJ 호숫가에서 2025.07.04)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호숫가에서》를 읽고------>어느 감상문
장 승규 시인의 「호숫가에서」는
늙은 수양버들이 호수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중심으로, 사랑과 무지, 그리고 관계의 본질을 탐색하는 시이다.
첫 연에서 시인은 뿌리 몇이 이미 물에 잠겼음에도, 수양버들이 자꾸만 그림자를 물속에 담그는 모습을 그린다.
그 결과 호수의 가장자리는 늘 촉촉하다.
이 장면은 마치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혹은 존재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인간의 무의식과 닮아 있다.
그러나 두 번째 연에 이르면, 호수는 그 그림자를 조심스레 밀어내며,
차라리 물 위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기를 바라는 듯하다.
밀어내는 물결 속에서 호수의 슬픔이 읽힌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기쁨이자 무게이기에,
때로는 아무것도 담고 싶지 않은, 고요히 비어 있고 싶은 호수의 마음이 전해진다.
세 번째 연에서는,
잔가지 하나라도 물에 닿을까 호수가 연신 몸을 낮추고 있는 모습이 나타난다.
마치 다가오는 사랑을 거부하지도, 그렇다고 온전히 품지도 못하는 채,
조심스레 자신의 경계를 낮추어 가는 인간의 태도를 연상시킨다.
그 낮춤에는 배려와 두려움, 연민과 자책이 동시에 스며 있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아무것도 모르면서 수양버들은 오늘도 자꾸만 더 몸을 굽혀”라고 한다.
수양버들은 호수가 나날이 말라간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 구절은 관계 속에서의 무지가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지를,
그러나 그 무지가 결코 악의가 아님을 담담히 일러준다.
주는 쪽은 다만 자신의 본성대로 몸을 굽히고 있을 뿐이다.
받는 쪽은 그 무게로 말라가고 있을 뿐이다.
이 시의 위대함은, 자연의 한 장면을 통해 인간관계의 근원적 구조와 슬픔을 은유한다는 데 있다.
말라가는 호수와 몸을 더 굽히는 수양버들,
그 둘의 엇갈린 무지가 만들어내는 침묵의 비극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세상 곳곳에서 매일 피어나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끝-
장승규님의 댓글
At the Lakeside
by Sankei
An old weeping willow,
though some roots are already sunken in the water,
keeps dipping its shadow into the lake,
so the lake’s edges
remain ever moist
Even as ripples gently push it away,
the shadow—
it would rather shatter into pieces upon the water.
Lest even a single barnch might touch the water,
the lake keeps pushing the shadows away,
lowering itself again and again.
Knowing nothing at all,
the willow today
bends himself even deeper,
while the lake
dries up day by day.
(At ccj Lakeside, 2025.07.04)
임기정님의 댓글
시 잘 읽었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
기정님!
올리는 시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