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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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가족
서승원
누나가 처녀 때 일입니다
혼자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집 앞에 도착했습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순간
누군가 몽둥이로 누나의 머리를 내리치고 도망쳤습니다
다행히 골목은 죽지 않고 두려움만 대문 앞에 심어놓고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어느 날 누나는 어린 내게 보고도 없이 가출 했습니다
골목을 떠난 것인지 집을 떠난 것인지 아버지를 떠난 것인지
어머니를 떠난 것인 지 버리고 간 것이 아니라 그 모두를
데리고 떠난 것인 지 알 수 없었습니다
중요한 건 보이지 않았습니다
보이지 않는 누나를 있다고 믿어야 하는 난 보이는 골목과
구슬을 놓고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딱지를 놓고 팔을
크게 휘두르며 소리를 쳤습니다. 죽음도 모른 체 비석을 놓고
비석 치기를 했습니다
그렇게 나는 몇 년 훌쩍 순하게 자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누나가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누나 앞에서 긴 문장은 사라졌습니다 수척해진 말줄임표와
자꾸 뒤를 돌아보는 느낌표만 남았습니다
교복을 입은 나도 더 이상 물음표 없이 그냥 지나쳤습니다
꼬불꼬불한 면발의 라면을 먹으며 가끔 혼자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누난 왜 누나의 골목길만 돌아 다니다 인제야 돌아온 건지
우리 집은 여전히 골목 안에 있는데 다시 왜 온 건지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또 생각했습니다
맛있으면 됐지! 왔으면 됐지! 어쨌든 됐지!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어쨌든 시는 쓰셔야지요.ㅎ
뜨거운 시도 쓰시고
맛있는 시도 쓰시고
어쨌든
누나는 돌아왔으면 됬지요.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네 누나가 돌아와 다행이지요 가족이니까요
그 시절 어려워도 힘들어도 함께 북적거리며 살던 가족들이니까요~~
임기정님의 댓글
맞아요 어쨌든 왔으면 된 것 입니다
그치예
제어창님의 댓글의 댓글
골목에 대한 시를 생각하다 먼저 쓴 시에 조금 내용을 붙여 다시 써 봤어요
나름 가족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본 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