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닿은 연 만으로도 한 생이 환하겠다 2026/ 김진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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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부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45회 작성일 26-01-11 17:19

본문

닿은 연 만으로도 한 생이 환하겠다 2026/ 김진수 시집


 

상상인 시선 070 | 2026년 1월 8일 발간 | 정가 12,000원 | 128*205 | 186쪽

ISBN 979-11-7490-039-5(03810)


시집 소개


김진수 시인의 시집 『닿은 연만으로도 한 생이 환하겠다』는 불교적 사유를 바탕에 깔고 있다. 다만 이 시집의 시들은 교리를 설명하거나 독자를 설득하는 설법은 아니다. 시인은 ‘연기緣起’와 ‘무상·무아·공空’ 같은 불교적 사유를 관념으로 내세우지 않고, 산사에서 마주친 사물과 빛과 소리 그리고 일상의 낮은 자리에서 만난 얼굴들의 모습으로 번역해 보여준다. 세계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인연의 조건들이 잠시 짜 맞춰진 흐름이라는 불교적 통찰이 ‘문턱’, ‘문틈’, ‘이슬 사이’, ‘울림’, ‘물안개’ 같은 감각의 언어로 구현된다.

이 시집에서 시 쓰기는 표현 기술이기보다 수행의 한 방식에 가깝다. “손 모은/기원”이라는 태도는 책 전체를 관통하는 자세이고, 표제가 된 시구 “닿은 연만으로도 한 생이 환하겠다”는 거대한 구원이나 초월의 약속보다 먼저, 관계의 최소 단위인 ‘닿음’이 삶을 밝힌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그래서 김진수의 시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얻는 깨달음이 아니라, 무엇을 내려놓는 삶의 전환이다. 이 시집이 자주 순례의 형식을 띠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인이 사찰과 유적을 찾아다니는 일은 관광이나 감상의 수집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마음의 집착을 비워내는 수행의 과정이다.

순례 시편들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경계의 감각이다. 「천년의 하루」에서 화자는 피안교를 떠올리며 “마지막으로 건너야 할 강폭이 딱 이만큼인가?”라고 묻고, “큰 걸음으로 예닐곱”이면 닿을 것 같은 거리로 피안을 재구성한다. 해탈이 먼 곳이 아니라 인식의 전환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곧바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음인가 헛되다”라는 자책이 따라붙는다. 사찰은 자동으로 마음을 정화해 주는 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가져온 번뇌를 더 선명하게 비추는 거울이다. 이 지점에서 순례는 풍경 소비가 아니라 자기 점검이 된다.

이 시집의 미덕은 바로 그 ‘자기 확신을 의심하는 능력’에 있다. 「꽃살의 숨결」에서 화자는 꽃살 무늬를 보며 “눈먼 물고기”가 되어 “이슬과 이슬 사이”를 잰다. 절집의 장식은 장식이 아니라, 찰나의 틈을 보게 하는 장치가 된다. 더 나아가 “극락도 속세처럼 빛이 닿지 않는 곳이 있음인가?”라고 묻는 대목은 신앙의 약화가 아니라, 정토를 도피처로 절대화하지 않으려는 자세이다. 그 전환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부처님도 비켜 앉은」이다. “있어야 할 분이 안 보여” 문틈을 더듬는 마음은 사실 부처를 확인 가능한 대상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다. 시는 그 욕망을 무너뜨리기 위해 부처를 ‘비켜 앉게’ 한다. 정면으로 붙잡으려는 순간, 진리는 한 발 옆으로 물러나며 “붙잡지 말라”는 방식으로 현현한다.

시집 곳곳에 등장하는 ‘업을 씻는다’는 주제는 물과 씻김의 이미지로 반복된다. 「백제의 미소」에서 “저 웃음만으로도… 모든 죄업 씻기고도 남겠다”는 말은 씻김의 주체가 내 노력보다는 마주침이라는 사건에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씻고 씻어도 씻기지 않아… 온전히 물을 맞는” 행자의 모습은 수행이 성취의 과시가 아니라 견딤의 자세임을 보여준다. 그렇게 경계가 느슨해질 때 “경계는 처음부터 없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또한, 이 시집은 정토를 멀리 두지 않는다. 「정토淨土」에서 정토는 장소의 특권이 아니라, 자아를 내려놓는 순간 드러나는 세계의 다른 얼굴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재래시장에서 만난 관음보살」이다. 난전의 할머니 좌판이 “법당”이 되고, 구겨진 신문지 위의 삶에서 “자비”와 “경전”이 읽힌다.

시집 『닿은 연만으로도 한 생이 환하겠다』가 독자에게 남기는 것은 교훈이 아니라 여운이다. 범종이 밤새 품었다가 새벽에 풀어놓는 소리처럼, 이 시집은 마음 안쪽에서 어떤 감각을 오래 숙성시킨다. 거대한 계시가 아니라 ‘닿은 연’ 같은 작은 밝음, 문틈과 이슬 사이를 더듬는 시간, 비켜 앉은자리에서 확신을 내려놓는 순간이 한 생을 조용히 환하게 만든다고, 이 시집은 시인의 감각으로 증명한다.


시인의 말

그저,

오방색이 좋을 뿐


당신의 마음밭에

손 모은

기원처럼

근간에는 꿈에도 안 오시는


엄니! 올해도 단풍빛이 참 곱네요


시집 속으로


저보다 더 큰 입이 어디에 있으랴! 하늘로 향하면 욕심이 커질까 당초문 치맛단 아래 없는 듯 숨기고 세계를 품는다

-「범종」 부분



피안교, 마지막으로 건너야 할 강폭이 딱 이만큼인가?

큰 걸음으로 예닐곱 떼어놓으니 저쪽인가 싶은,

-「천년의 하루 -내소사」 부분



격해진 숨 돌리자

미처 다 토해내지 못한 생각이 다시 꼼지락거려

찬물 한 바가지 들이켜 눌러 앉힌다

-「가을 타는 전각 -상원사 적멸보궁」 부분



모나지 않은 안녕이고 위로입니다


넓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머니 뱃속입니다


떠도는 수증기였다가 잎사귀에 맺힌 새벽이슬이었다가 허공을 씻기고 빗질하는 빗방울입니다

-「싱잉볼」 부분



경계에 갇히었던,

오래된 물음은 더 큰 물음이 되어 바다로 가는

-「관음의 흰 옷자락 같은, -정방폭포」 부분



바다를 건너오며,

산을 거슬러 오르며

숨소리마저 버리고 왔는지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의 완성을 위해

속눈썹에 매달렸다 떨어지는

적요처럼

나도 가쁜 숨을 참겠습니다

-「산사에 내리는 눈 -강화 보문사」 부분



아! 하는 탄성 스민 눈빛으로

우러러본 것만으로도 더는 두 손 마주하지 않아도 되겠다

-「부처 품에 부처 안겼으니 -해남 두륜산 대흥사」 부분



까맣게 덮어오는 비구름 같은 생각

웃음으로,

눈빛으로 지울 수 없기에


우매한 염려로 더는 절벽이 아닌 절벽이 되었으니

-「낮달도 머물렀다 가는 -골굴사 마애여래좌상」 부분



목숨도,

지혜도 헤아릴 수 없는

늪이다

바라볼수록 아득하게 빠져드는

-「오방색은 늪이었으니」 부분



바람을 생각하다 바람길로 접어들었다. 내 바람은 늘 상투적이고 내 것이 아니라 낯설어 문장이 되지 못하였으므로 곁에 두지 못했다.

-「운문사 바람길」 부분



꿈도 마음이라

꿈으로 시작해 꿈처럼 이루었으니

가피와 인연이 하나 되어 꽃으로 피었으나 청이는 없고

-「바람의 어깨가 봉긋한 -해남 달마산 도솔암」 부분


김진수 시인 프로필


 

시와세계 시인상(2016년)

대구매일 시니어문학상 시부문 수상(2019년)

한국해양문학상 수상(2020년)

백교문학상 수상(2023년)

시집 『설핏』 『꿈 아닌 꿈』 『응축된 슬픔이 달다』 『닿은 연만으로도 한 생이 환하겠다』동시집 『달을 세 개나 먹었다』


댓글목록

제어창님의 댓글

profile_image 제어창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강화도 모임 때 엄청 많은 계단을 올라간 산
그곳에 오르자 마자 지치지도 않고 절을 올리시는
시인님의 뒷모습이 떠 오릅니다
책에도 그 열정 그 정성이 다 담아 있을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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