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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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살이
/장 승규
문득 너는
내 안으로 날아들었다
세상에게 너는
하루일지 몰라도
나에게 너는
한 세상인 걸
(요하네스버그 서재에서 20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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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규님의 댓글
감상문 〈하루 살이〉
장승규 시인의 〈하루 살이〉는 아주 짧은 시다. 그러나 그 짧은 길이 속에 담긴 시간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
세 연, 여섯 줄뿐인 이 시는 ‘하루’라는 가장 작은 시간의 단위를 ‘한 세상’이라는 넓은 존재의 시간으로 조용히 확장한다.
시의 첫머리는 한 순간의 장면으로 시작된다.
'문득 너는/내 안으로 날아들었다'
여기서 “너”는 특정한 존재로 고정되지 않는다.
그것은 어떤 하루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일 수도 있으며, 스쳐 지나가는 한 순간의 감정일 수도 있다.
특히 “날아들었다”라는 표현은 그 존재가 걸어 들어온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빛을 따라 스며들듯 마음속으로 들어왔음을 보여 준다.
마치 하루살이 한 마리가 창가로 문득 날아드는 장면처럼, 그 만남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둘째 연에서 시는 시선을 세상 쪽으로 돌린다.
'세상에게 너는/하루일지 몰라도'
세상은 시간을 길이로 재는 곳이다. 그곳에서 하루는 그저 지나가는 한 단위일 뿐이다.
그러나 시인의 시간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마지막 연에서 그 시간은 전혀 다른 크기로 열린다.
'나에게 너는/한 세상이다'
세상이 하루라고 부르는 어떤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한 생애만큼 크게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는 담담하게 말한다.
여기서 하루는 단순한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마음속에 남는 경험의 깊이이며 존재의 밀도다.
이 시의 제목 또한 의미심장하다. 보통 ‘하루살이’라고 붙여 쓰면 하루만 사는 곤충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시인은 그것을 〈하루 살이〉라고 띄어 썼다. 이 작은 띄어쓰기는 두 겹의 의미를 동시에 열어 둔다.
하나는 하루살이라는 존재의 이미지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하루의 삶’이다.
그렇게 제목은 자연스럽게 인간의 삶과 하루살이의 짧은 생을 겹쳐 놓는다.
그래서 시 속에서 “문득 날아든” 존재는 하루살이일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일 수도 있으며, 어떤 하루일 수도 있다.
세상에게는 그저 하루처럼 스쳐 지나갈지라도, 누군가에게는 한 세상처럼 깊이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살이〉는 결국
우리는 모두 하루 단위로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이제야 알게 된다.
세상에게는 하루였던 그것이, 나에게는 이미 한 세상이었다는 것을.
짧지만 오래 마음에 머무는 시다.
마치 시 속에서 문득 날아들어 마음속에 자리 잡은 그 사람처럼.
장승규님의 댓글
A Day’s Living
by Sankei Jang
Suddenly, you
flew into my heart
To the world
you may be only a day
But to me
you are a whole world, after all.
(Written in the study in Johannesburg, March 14, 2026)
임기정님의 댓글
하루살이
우리에게는 하루일지 몰라도
하루살이에게는 한세상 맞네요
귀한 시 잘 읽었습니다
장승규님의 댓글의 댓글
기정님!
우리네 삶이 하루 살이 같아요.
내일이 내 것일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번 동인모임에서 뵙기를 바랍니다.
무의(無疑)님의 댓글
하루와 살이
사이에 살 것 같은
'문득'이라는 말 참 좋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