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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그리운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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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27회 작성일 26-04-28 08:38

본문

당신이 그리운 날은

                        /장승규



당신이 그리운 날은

다짐처럼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밤하늘을 잘라다

마루에 깔고 엎드리면

한없이 쓸 것만 같던 사연

펜보다

가슴이 먼저 젖고 말아


밤새

쓰다가 구겨버린 편지는

하나 둘 주인 없는 별이 되어

캄캄한 마루에 하얗게 흩어지고


밤하늘에 별만큼 쓰고도

끝내 마저 쓰지 못한 사연은

뜬금없이 찾아오는 통증이 되고 맙니다


당신이 그리운 날은

약속처럼

하늘에 별이 가득합니다

댓글목록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상문: 장승규의 〈당신이 그리운 날은〉을 읽고

이 시는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행위’로 바꾸어 보여준다. 단순히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그 감정이 “편지를 쓰는 일”로 구체화된다. “다짐처럼 /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라는 첫 고백은, 그리움이 우연한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 반복해온 의식(儀式)에 가깝다는 것을 암시한다. 여기서 시인은 그리움을 견디는 방식으로 ‘쓰기’를 선택한다. 그러나 이 쓰기는 완성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끝내 닿지 못하는 과정 그 자체로 존재한다.

시의 중심 이미지는 밤하늘과 마루이다. “밤하늘을 잘라다 / 마루에 깔고 엎드리면”이라는 구절에서 하늘은 더 이상 먼 공간이 아니라, 손에 잡히는 내면의 풍경으로 내려온다. 그 위에 엎드린 시인의 자세는 기도의 형식과도 닮아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것은 신에게 닿는 언어가 아니라, 끝내 다 쓰지 못하는 인간의 사연이다. “펜보다 / 가슴이 먼저 젖고 말아”라는 표현은 언어 이전의 감정이 얼마나 먼저, 그리고 깊게 밀려오는지를 보여준다. 이 대목에서 이미 편지는 실패를 예고한다. 글로 옮기기에는 그리움이 너무 앞서 있기 때문이다.

중반부에서 시는 더욱 선명한 상징으로 나아간다. “구겨버린 편지”가 “주인 없는 별”이 되어 흩어진다는 발상은 이 시의 핵심이다. 쓰다 만 문장들, 전하지 못한 마음들이 하늘의 별로 변한다는 것은, 결국 우리가 밤하늘에서 바라보는 별빛조차도 누군가의 이루지 못한 이야기일지 모른다는 역전된 상상력을 제공한다. 이때 별은 단순한 아름다움의 대상이 아니라, 실패한 언어의 흔적이며, 도달하지 못한 사랑의 잔해다. 그래서 마루에 “하얗게 흩어지는” 장면은 고요하면서도 아프다. 아름다움과 상실이 한 장면 안에 겹쳐 있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이르면 그리움은 더 이상 외부를 향하지 않고, 내면의 통증으로 귀결된다. “끝내 마저 쓰지 못한 사연은 / 뜬금없이 찾아오는 통증이 되고 맙니다”라는 구절에서, 말하지 못한 것들은 사라지지 않고 몸 안에 남는다. 이 통증은 예고 없이 찾아오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쌓여온 것이다. 시인은 이 통증을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그리움의 또 다른 형태로 받아들인다.

마지막 연에서 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당신이 그리운 날은 / 약속처럼 / 하늘에 별이 가득합니다.” 처음의 “다짐처럼”이 “약속처럼”으로 변주되면서, 그리움은 개인의 결심을 넘어 세계의 질서처럼 확장된다. 별이 가득한 밤은 자연현상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에서 반복되는 감정의 주기이자, 끝내 다 쓰지 못한 이야기들이 하늘에 축적된 결과다. 그렇게 이 시는 그리움을 단순한 결핍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는 어떤 것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결국 이 작품은 ‘쓰지 못함’의 시다. 그러나 그 쓰지 못함은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시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이다. 다 쓰지 못했기에 별이 되고, 다 전하지 못했기에 다시 편지를 쓰게 된다. 장승규의 이 시는 그리움을 완성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그리움이 어떻게 우리를 다시 쓰게 하고, 다시 바라보게 하며, 결국은 하나의 밤하늘을 이루는지를 조용히, 그러나 깊게 보여준다.

장승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장승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On Days I Long for You
                                        by Sankei Jang

On days I long for you,
as if it were a vow,
I write you a letter.

Cutting a piece of the night sky,
spreading it on the wooden floor, I lie down—
thinking I could write without end,
yet before the pen,
my heart grows wet first.

All night
the letters I crumple and discard
become ownerless stars, one by one,
scattering white
across the darkened floor.

Though I write as many words
as there are stars in the sky,
the stories I fail to finish
return, unannounced,
as sudden aches.

On days I long for you,
as if it were a promise,
the sky fills with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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